갈수록 로봇에 익숙하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는 인간같이 행동하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인간형 로롯에 사람들은 익숙하다. 물론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영화 수준의 로봇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로봇에 대한 관심은 많다. 대형 테크기업에서는 이미 영화 수준은 못되지만 나름 의미있는 로봇을 판매중이다. 로봇에 대해서 알아봤다.
테크 기업들이 로봇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대세에 따르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자금으로 인해 먼저 시장성이 있는 제품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제품들이 로봇청소기였다. 이후 애완견을 대체할 수 있는 애완 로봇견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TV제조사로 알고 있는 소니가 ‘아이보’라는 로봇견을 1999년에 내놨다. 이 로봇견은 애완용이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젊은이들은 로봇견과 보낼 시간이 부족했지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시니어들에게는 실제 애완견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니라서 오히려 부담도 적었다.
일본이 겪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제품 단종 후에도 오래동안 집에 머물렀다. 90년대부터 본격적인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혼자 있기엔 외롭지만 애완동물조차 키울 수 없는 환경에 사는 독거 시니어가 아이보를 구입해 10년 넘게 같이 생활한 것이다. 아이보의 공식 애프터서비스마저 끝나서 수리가 힘들어진 뒤로는 아이보가 고장이 나면 실제 반려동물을 잃은 것처럼 장례식을 치뤄주기도 해 화제가 됐다.
이제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시니어를 상대로 한 반려로봇이 그것이다. 일본 소니 아이보와 다른 것은 기술 수준이 높고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서 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엄청나고 결과도 매우 좋다는 것이다.
아직 베타 테스트중인 엘리큐(ElliQ)의 사례에는 간질과 관절염에 걸린 60대 남성에 입양돼 그에게 외출을 했는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처방약은 먹었는지 등을 묻는다. 물론 이 남성은 사람이 아닌지 알지만 로봇과의 관계를 인정한다. 사람이나 애완견의 역할은 아니지만 로봇만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로봇산업계에서는 젊은 청년과 조깅을 매일 해주는 일은 로봇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시니어들을 위해서 말동무가 되거나 생활 보조로 일상을 돕는 것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로봇의 일상화를 위한 첫 타깃 시장으로 시니어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니어 시장의 진입은 아직까지는 탐색중이다. 오히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돕는 제품이 먼저 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로봇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역시 시니어 시장의 구매력이다.
한편 굳이 시니어가 아니어도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의 빅스비, 구글의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도 넓은 범주의 로봇이다. 다만 실제 바디가 없을 뿐이다.
최근 알렉사에 바디와 바퀴가 달린 제품이 나왔다. 아마존 애스트로(Astro)가 그것이다. 얼굴은 모니터로 대체해 표정은 2차원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지만 애완견 같이 생겼다.
애스트로는 아마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정용 로봇이다. ‘바퀴 달린 알렉사(Alexa on wheels)’로 불린다. 알렉사가 에코를 통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집안 여기저기서 구현할 수 있다. 결국 아마존은 애스트로를 통해서 다목적 가정용 로봇의 비전을 실현중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시판까지 하고 있다. 현재는 시판 기념으로 대당 999.99달러에 구할 수 있다. 한정된 숫자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1449.99달러가 된다고 한다.
애스트로는 알렉사보다 업그레이드 된 기능으로 주로 경비업무도 맡고 있다. 혼자서 집을 순찰하며 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원격 정보로 집주인에게 제공한다. 유리 깨지는 소리나 일산화탄소, 연기 경보를 감지하면 문이나 창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니어케어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고 아울러 긴급 대응 전문 비상 헬프 라인을 통해 핸즈프리 액세스도 제공한다.
자녀들에게도 애스트로는 유용하다. 부모님 등 시니어 가족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마다 애스트로가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하고 자녀에게 알림을 보낼 수 있다. 고혈압이 있거나 처방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예정된 시간에 혈압계나 처방약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화물을 실을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얼굴은 10.1인치 모니터는 터치 스크린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화면을 사용해 아마존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잠망경카메라도 있다. 바닥에서 3.5피트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주방 조리대를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다.
그러면 반려로봇이 애완견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애완동물은 살아 있는 동안 호흡하며 시니어에게 애교와 우정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앨러지나 생물학적 동물을 돌볼 수 없는 신체적, 정서적 또는 재정적 능력이 없어 오히려 애완동물을 꺼리기도 한다.
한 로봇 전문가는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하고 시니어를 도울 수 있는 반려로봇이 존재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세상에서 조금 덜 외롭다고 느끼도록 돕는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