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가 진단 해보기
낮잠 늘고 입맛 변했다면 의심
몸 움직일수록 좋아…운동 필수
금연·혈압·당뇨 관리도 중요해
코로나19 팬데믹 후 치매 환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팬데믹으로 시니어들이 장기간 외부와 고립되면서 생긴 우울증이 영향을 줄 수 있고, 코로나19 감염도 뇌의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2030년까지 약 78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는 뇌의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겨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70대 시니어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 초기 증상을 확실히 안다면 조기 치료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치매 증상
▶기억력 감소
대표적인 증상은 금방 있었던 일을 까먹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조금 전의 일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하지만 건망증과 쉽게 구별하기 힘들어 증세가 심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시니어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뉴롤로지(Neurology)’는 7년간 50세 이상 2400명을 관찰한 결과, 처음에 우울증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7년 후 치매 증상을 보인 경우가 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낮잠이 많아진다
낮잠이 많아지고 낮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게 많이 보이는 초기 증상이다. 이와 함께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행동이 느려진다면 병적인 퇴행성 변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과격한 행동
물건을 훔치거나, 특정 장소에 무단 침입하고,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등의 범죄적 행동도 치매 초기 증상들이다. 치매는 사회적 규범을 인식하고 지키게 하는 두뇌 영역을 훼손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입맛이 변했다
연구에 따르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크게 변한다면 치매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입맛과 식욕을 조절하는 두뇌 부위가 손상돼 입맛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치매 환자들의 경우 부패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매가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된다.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후각과 미각이 떨어져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음식 맛이 예전과 달라진다.
▶급격한 감정의 변화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세수나 목욕 등 위생도 게을리하게 된다. 심해지면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 ‘누가 나를 쫓아온다’ 등의 망상과 헛것을 보는 경우가 있다. 또 갑자기 일어나 서성거리며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 변화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이다.
◆예방법
▶움직여라
매일 몸을 많이 움직이는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 신경과 전문의 아론 북먼 박사는 운동과 요리, 설거지, 청소, 카드게임 등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많을수록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치매 증세가 없는 평균연령 82세의 노인 716명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과 인지 기능을 테스트한 결과 하루 신체활동량 하위 10% 그룹이 상위 10%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 개선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개재된 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치매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적정혈압 유지 ▶금연 ▶비만 방지 ▶적절한 당뇨 관리 ▶우울증 치료 ▶청력감퇴 방지 ▶적극적 신체활동 ▶왕성한 사회 활동 ▶중등교육(한국의 경우 중·고교 교육) 이수 등을 치매를 예방할 처방으로 제시했다.
▶일기를 써라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매는 노화 현상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치매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뇌의 활동을 최대한 활발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틀 전의 일기를 쓰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매일 아침·점심·저녁에 먹은 음식을 식사 일기로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식사 일기를 통해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섭취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화 상대를 만들어라
일상생활에서 대화 상대가 있는 노인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욕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요엘 살리나스 박사 연구팀은 노인 2171명(평균연령 63세)을 대상으로 대화 상대, 조언, 사랑, 사회적 접촉 등 사회적 상호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누리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인지 탄력성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자기 말을 귀담아들어 줄 수 있는 대화 상대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뇌 용적이 한 단위(unit) 낮아질 때마다 대화 상대가 별로 없는 노인은 대화 상대가 많은 노인에 비해 인지기능 연령이 4년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집에서 쉽게 따라 하는 치매 진단법
가정에서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치매 진단법이 있다. 1분 안에 동물의 이름을 몇 개나 생각해내는지 알아보는 ‘동물명 상기 검사’에서 성인은 보통 15개 이상(70세 이상은 12개 이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치매 환자의 경우, 7~8개 이하로 줄어든다. 그림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해보는 검사도 있다. ‘입방체 모사 검사’는 다면체의 입체형 그림을 보여주고 똑같이 따라 그리게 한다. 입체도를 일그러진 모양으로 그린다거나 어느 한 모서리를 그리지 않는 게 치매 환자가 보이는 가장 보편적인 특징이다.
◈노인성 치매 10가지 경고 증상
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이 있다.
② 입맛이나 해주는 음식 맛이 바뀌었다.
③ TV 볼륨을 급격히 키운다.
④ 시간과 장소를 혼동한다.
⑤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⑥ 돈 계산에 문제가 생겼다.
⑦ 물건 간수를 잘못한다.
⑧ 기분이나 행동, 성격에 변화가 왔다.
⑨ 성격에 변화가 있다.
⑩ 자발성이 감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