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도 연륜이 깊어지면서 세대교체라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차세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차세대 주역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주류 무대에서 유리천장을 부수며 두각을 나타내는 차세대, 1세대 한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보람을 찾는 차세대, 부모가 개척한 길을 이어받아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차세대…그들은 한인 사회에 대해, 한인타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애틀랜타의 차세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 성장세 자랑스러워” 박사라 귀넷 카운티 지역연계담당관
한미 사회 종횡무진 ‘다리’ 역할”
여성ㆍ 청년 역할 확대됐으면”
“이타적인 구성원이 지역사회의 내일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사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특히 한인사회의 존속을 위해서도 청년과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박사라(36) 귀넷 카운티 지역 연계 담당관은 올 한 해를 바쁘게 보냈다. 차세대 한인들의 모임인 한미연합회(KAC) 회장이자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부간사, 동남부한인회연합회 이사로서 한인 사회와 미국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이 희생됐을 때 희생자와 유족을 돕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고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2020년 인구 센서스 참여, 유권자 등록 등 한인들이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박씨는 지난 달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애틀랜타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곳에 한국과 미국 양국의 유권자들이 많이 분포해 (양국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은 한인사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걸 보여준다”면서 “조지아에서 한국어가 영어, 스페인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타 도시와 달리 한인 상권이 밀접하게 형성돼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성장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인사회가 이타주의를 실천함으로써 학습 능력을 높이고 의사 결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인사회는 다소 배타적인 네트워크로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실질적인 교류가 부족하고 유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재하다”면서 “이런 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한인사회를 도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인사회의 성장과 존속을 위해서는 여성과 청년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때 포괄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고, 한인사회가 한미 양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해에도 박씨는 가정과 교회, 직장과 사회에서 맡은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화목할 수 있도록, 특히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데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의 있고 친절한 한인타운 됐으면” 이소망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생
이중언어 봉사 도움돼 기뻐
앞으로 영어 사용 확대해야
이씨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품이 좋고, 늦은 시간까지도 운영하고,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잘 챙겨준다”면서 “친구들이랑 한인타운을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한인타운은 뉴욕과 LA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청년들의 눈에 비친 한인타운에는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부 무례하고 낯선 분위기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이씨는 “요즘 (한인이 아닌) 친구들이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갖고 좋아하는데 마켓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한국어로 응대하니까 어려워할 때가 많다”면서 “영문 표기를 잘 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는 한인 사업주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보일 때 해당 업소를 지지하고 더 이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어르신들이 고마워 해서 점심도시락을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한식당, 손님을 꼼꼼하게 챙겨주는 한국화장품 매장, 자신의 사업을 진심으로 아끼는 카페 등이 많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나랑 비슷한 모습에, 비슷한 걸 좋아하고 먹는 한인들과 함께 살고 있어 좋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한인 상권이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일부 어르신들이 직원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점은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부모님과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렇게 배운 한국어를 학교와 교회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선생님과 함께 연구하고 보고서나 논문의 문법을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주1회 교회에서 한국어 설교를 영어로 번역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서로의 언어를 잘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소통하게 되니 경험도 쌓이고 보람도 느낀다. 한국어와 영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인 청소년, 청년들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를 잘 알고 유행을 함께 따르며 좋아한다”면서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새해에도 이중언어를 활용한 봉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더라도 좋은 마음을 갖고 살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면서 “새해에는 더 많이 봉사하고, 교회와 학교에서 도움이 되는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배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