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혜택 적고 충전소·딜러 규제 등 걸림돌 많아
조지아 주정부는 전기차(EV)산업의 리더로 부상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50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안의 투자를 유치했고, SK 배터리도 곧 26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마무리짓는다. 두 업체를 뒤따라 많은 협력업체들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막상 도로에 나가보면 회의적인 전망이 앞선다. 부동산 조사회사인 야디 매트릭스에 따르면 조지아의 전기차 충전소는 현재 1500곳 정도. 50개 주와 워싱턴DC 중 7번째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만 보면 1110곳으로 전국 메트로 지역 중 3번째다.
문제는 애틀랜타를 벗어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조지아 대부분의 지역이 충전소 없는 사막과 같다. 메이컨과 사바나까지 I-16 고속도로 170마일 구간에서 충전소는 4곳뿐이다. 전기차가 먼저 많아져야 하느냐, 아니면 충전소가 먼저 많이 설치돼야 하는가 문제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같다.
현재 많은 신생 업체들이 충전소 개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연방의회를 통과한 인프라법안에 따르면 조지아의 충전소 설치 사업에 1억3500만달러가 지원된다. 또 조지아 파워와 캅EMC는 가정용 충전소 구입에 대해 250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야간 충전 전기요금도 할인해준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7월 EV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조지아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조지아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1% 수준으로 전국 평균 비율 1.5%보다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또 캘리포니아(5.2%)에는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인접한 주에서는 전기차 운행 비중이 더욱 낮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0.5%, 앨라배마는 0.4%에 불과하다.
또 조지아에서 전기차를 팔 수 있는 여건은 제한돼 있다. 현재 조지아에서는 소수의 직영 대리점을 제외하고 전기차를 프랜차이즈 딜러를 통해서만 팔도록 법적 규제로 묶어놓고 있다. 2015년 조지아 의회는 조지아내 직영점을 5곳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테슬라에게 직영 대리점 개설을 허용했다. 주의회는 또 전기차에 대한 50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연장하지 않고 연 214달러의 등록비까지 부과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시장이 곧 뜨거워질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 회사인 IHS 마킷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운행 대수가 현재 150만대에서 5년 후인 2026년 9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마존, UPS, 허츠 등 택배 또는 렌터카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도 대량으로 선주문을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과연 월가의 전망대로 전기차 시장이 곧 달아오를지는 미지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팔리는 전기차는 50대마다 1대 꼴이다. 조지아도 비슷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비싸고, 자동차를 받기까지 몇주에서 몇개월까지 걸린다. 가장 싼 테슬라 모델 전기차를 살려면 무려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1대당 7만달러 하는 리비안의 R1T 픽업트럭을 주문하면 2023년에 가서야 인수할 수 있다. 만약 리비안이 조지아에서 공장 건설을 순조롭게 마치고 전기차 생산에 본격 나설 경우 주문 적체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