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 죽고 증인도 죽고
희대의 사건 58년째 미궁
허름한 건물 6층 현장은
댈러스 최고 명소로 붐벼
1963년 11월 22일 12시 30분. 경천동지의 순간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한 저격범의 총에 맞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건 대낮에, 그것도 정보와 수사 과학이 최고라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격범은 오스왈드. 그는 댈러스 다운타운에 있는 국정교과서 보관창고의 허름한 건물 6층 유리 창문을 통해 케네디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1964년 대선을 앞두고 텍사스를 방문한 케네디는 오픈카로 도심 퍼레이드를 하던 중 오스왈드가 쏜 흉탄에 맞았다.
범인이 손 첫 총알은 대통령의 뒷목을 관통했다. 대통령의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는 순간 우측 전면으로 또 한 발의 총탄이 날아왔다. 두 번째 총알은 얼굴에 명중,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처참한 형국이 되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아닌 앞 뒤에서 누군가 동시에 저격을 한 상황이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들어 답례하던 젊은 대통령은 생로병사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한 순간에 유명을 달리했다. 총격 직후 오스왈드는 1마일 정도 도주하다가 순찰 경관의 정지 신호를 받았으나 가슴에 숨기고 있던 리볼버 권총으로 경관마저 살해했다. 이후 오후 2시 경 한 시민의 제보로 오스왈드는 체포되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1월 24일 경찰서 지하에서 오스왈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직적인 범죄 조직의 범행이라는 주장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태 진범은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반대하는 군부와 남부의 이익집단이 만들어 낸 쿠데타적 사건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하나 당시 부통령이던 존슨과 케네디와의 관계가 아주 안 좋았다는데 왜 하필이면 존슨의 고향인 텍사스에 와서 암살을 당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 채 억측만 구구한 미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지금도 케네디가 저격 당한 대로상에는는 흰 페인트로 ‘ X’자 표시가 선명하게 칠해져 있다.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차가 오지 않는 틈을 이용하여 도로 가운데로 들어가 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오스왈드가 총을 쐈던 교과서 창고 빌딩 6층 빌딩은 케네디 뮤지엄이라는 일종의 추모관이 차려져 있다. 추모관은 6층에 있다고 해서 ‘6층(6th Floor)’이 곧 이름이 됐다. 이곳에는 케네디 재임 시 사진과 영상과 육성 등 관련 기록과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총격을 가한 코너 유리창은 유리벽으로 막아 통제하고 있다. 6층 뮤지엄을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이 허구한 날 중에 하필이면 필자의 생일과 같은 날이구나 싶어 우연이라지만 기분이 묘했다.
뮤지엄 건물 앞에는 하루 네 번, 1시간 정도씩 시내를 도는 투어 버스가 출발한다. 이 버스는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오스왈드가 살았던 집과 증인들이 대낮에 살해당한 장소들까지 두루 보여 준다.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면 케네디 대통령 묘가 있고 그 앞에는 항상 불꽃이 피어 오르고 있다. 그의 업적이 영원 무궁하라는 뜻이라지만 그보다는40대 초반의 패기 만만한 젊은 대통령을 잃은 미국인들의 상실감이 그만큼 더 컸던 게 아닐까 싶다.
#여행 메모
텍사스 댈러스는 ‘오일머니’로 부흥한 도시다. 엑손 모빌을 비롯한 수많은 에너지 기업 본사가 있다. 애틀랜타와 함께 미국에서 한인 인구가 급증하는 대표적 도시로 한인 인구가 10만이 넘는다. 케네디 대통령 추모관이 있는 옛 국정교과서 건물(딜리 플라자)은 댈러스의 최고 명소가 됐다. 박물관 주소는 411 Elm St. Dallas.
글, 사진 /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여행 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