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땀 흘리면 ‘황홀한 정상’
남부 지도자 암벽 그림 유명
골프장·박물관 등 시설 다양
하이킹 코스로도 사랑 받아
참으로 불가사의로다. 미국을 구석구석 산간벽지 시골까지도 안 가본 데 없이 많이 돌아다녀 보았다고 자부했지만 바위 덩어리 하나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보통은 작은 바위들이 군상을 이루어 산과 봉우리를 이루지만 이곳은 통째로 바위 하나인 독불장군이다.
스톤마운틴(Stone Mountain). 이름 그래도 돌산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화강암 바위 덩어리라는데 정상은 해발 1686피트로 서울의 남산보다 조금 낮다. 전체가 주립공원인데 둘레만 해도 약 5마일이나 된다.
남쪽 입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약 1마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노약자나 바쁜 관광객들을 위해서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도 운행되는데 예약이 필수다. 친절하게도 등산로에는 바위나 나무 위에 페인트로 길을 안내해 놓아 길을 잘 못 들을 염려도 거의 없다. 1마일이라지만 경사가 제법 심한 편이어서 만만히 생각할 곳은 아니다. 제대로 된 흙 한 번 밟아 보지 못하고 바위 길로만 올라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면 동서남북 사방 팔면 막힘 없이 시원하게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서쪽 편으로 아득히 보이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빌딩 스카이 라인을 바라 보는 맛도 백미다. 특히 해질 무렵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의 장관은 아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큰 단일 바위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세계 제일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바위산 중간 벽면에 새겨진 1만 7000 스퀘어피트나 되는 거대한 암각화가 그것이다. 이 그림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과 남부연합 총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그리고 스톤 웰 잭슨 장군 등 당시 남부연합 핵심 지도자 세 명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다. 사우스다코다 러시모어의 명물 큰 바위얼굴(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얼굴 조각상)보다 더 크다고 하니 가히 그 위용이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부조상은 1914년에 작업을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58년 만인 1972년에야 완성됐다. 원래도 스톤마운틴 주변이 KKK 활동의 본거지였지만 부조상 완성 이후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겐 이곳이 최대의 성지처럼 여겨져 왔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부조상 철거 여론도 높다. 바위에 새겨진 주인공들이 당시 흑인 노예제도를 찬성했던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요즘 의식있는(?) 젊은이들은 아예 암각화를 배경으로는 사진도 안 찍는다고 하니 앞으로 과연 이 부조가 바위 그림이 온전할까 싶다. 길거리 석상이나 동상 같으면 쉽게 철거시킬 수도 있겠지만 저 높은 바위 벽면에 새겨진 작품을 어떻게 제거할 지. 설령 첨단 기술로 없앤다고 해도 역사 자체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어쨌든 이곳은 세계 제일의 타이틀을 2개씩이나 갖고 있어서 인지 방문객들도 연400만명이 넘는다. 물론 바위만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위산을 중심으로 호수, 골프장, 하이킹 코스 등도 인기가 높다. 주말에만 운행하는 순환열차도 있고 박물관, 테니스, 낚시, 보트, 레이저 쇼 등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어 가족이나 친구끼리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전국을 유람하면서 조지아도 몇 번이나 다녀갔지만 스톤마운틴은 이번에야 뒤늦게 올라갔다. 애틀랜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울창한 나무와 평지 공원 가운데에 우뚝 솟은 애틀랜타의 보물. 그동안 너의 가치를 미처 알아 차리지 못했음이 미안하구나. 제행무상이란 말도 있지만 변화무상한 세상에 부디 너만이라도 영원 불변하기를.
▶여행 메모
구글 맵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아래 주소를 찍어 가면 된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차로 20여분, 둘루스 한인타운에서도 30분 이내면 닿을 수 있다. 공원은 아침 5시에 문을 열고 밤 자정에 문을 닫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사이클과 양궁 조정경기도 이곳에서 열렸다. 입장료는 차량 1대당 20달러. 40달러를 내면 1년간 유효한 1년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주소 : 1000 Robert E Lee Blvd, Stone Mountain, GA 30083
글, 사진 /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여행 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