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진단 키트 ‘가짜 음성’ 판정 사례 많아
오류 판정 믿고 다른 사람 접촉…확산 부채질
WP “정부 배포 키트가 애물단지 전락할 수도”
존스크릭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몸살기가 온 김씨는 출근 전 코로나19 간이검사 키트로 신속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음성’. 안도한 김씨는 출근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PCR(유전자 증폭 방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8일부터 USPS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19 검사 키트 5억 개를 집집마다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가운데 간이검사가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코로나19 간이검사 키트가 ‘가짜 음성’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류 결과를 믿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다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WP는 ‘그들은 안전하게 모이기 위해 코로나19 신속 검사에 의존했지만, 차라리 그러지 말걸 후회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말연시 연휴 때 ‘안전하게’ 가족·친구와 만나기 위해 간이 검사 키트를 사용했다가 실망한 사례를 전했다. 김씨가 겪은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겪은 또 다른 뉴욕 여성도 가정용 검사 키트는 “잘못된 안전 의식(false sense of security)”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WP는 가정용 검사 키트가 오미크론 변이에 취약한 것은 이같은 사용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예비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고 전했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7일 “초기 자료에 따르면 항원(antigen·안티젠) 검사는 오미크론 변이를 검출하지만, 민감도는 떨어질 수 있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이달 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확진자 30명을 상대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안티젠 검사로는 감염 첫날과 둘째 날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이중 28명은 PCR 검사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정도로 바이러스 수치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아직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서 73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진단키트 제조사 애벗의 ‘바이낵스나우’ 검사 키트가 PCR 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은 무증상 환자의 약 10%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PCR 검사와 안티젠 검사가 결과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설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PCR 검사는 바이러스를 증폭시키는 방식이어서 적은 양으로도 판정할 수 있지만, 안티젠 검사는 바이러스양이 적을 경우 한 번의 검사로는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가정용 진단 키트는 바이러스양이 많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 2~5일 후 가장 신뢰도가 높으므로 연속으로 여러 차례 검사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총 10억 개의 검사 키트를 모든 가정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계약한 5억 개에 올해 5억 개를 추가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 한 가정이 한 달에 최대 4개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티젠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연속으로 여러 차례 검사해야 하는데, 하루 평균 80만 명이 감염되는 상황에서 이 수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에 대한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CBS와 여론조사 업체 유거브(YouGov)가 지난 11∼13일 성인 209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미국의 노력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감염병 대유행 상황 관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9%였다. 지난해 7월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응답자가 66%였다. 6개월 만에 미국인 두 명 중 한 명이 부정 평가 대열에 섰다.
바이든 행정부 정책이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응답은 40%로, 개선했다는 응답(35%)보다 많았다.
박현영, 배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