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세미놀족 등 동남부 인디언 대부분 대상
소탕 작전 주역 잭슨·스콧 , 한때 미국의 영웅으로 남아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처음부터 ‘별종’ 취급을 받았다. 백인들이 그들을 처음 대면했을 때 이들을 짐승으로 볼 것인가 인간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논의까지 벌였다. 결국 백인들을 인디언을 인간으로는 보되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 수는 없는 대상으로 결론 내렸다. 어린이와 부녀자까지 포함한 무차별 학살은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19세기 초기까지 인디언 소탕전 당시엔 ‘가장 아름다운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을 정도다.
원주민의 운명을 가장 확실하게 결정지은 사람은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재임 1829~1837)이다. 현재 20달러 지폐에 얼굴이 들어가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처음부터 백인과 인디언은 같이 살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이 1812년 크리크 부족과의 전쟁 때부터 테네시 민병대장 활약하면서 굳어진 신념이었다.
수(Sioux)족의 한 갈래인 라코타 인디언 추장이었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조각상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우스다코타 주 블랙힐스 산지에 있는 이 조각상은 70년 넘게 공사 중이며 현재 얼굴 부분만 완성되어 있다. 크레이지 호스의 원래 뜻은 ‘길들이지 않은 말’이란 뜻이다. 그는 리틀빅혼 (Little Big Horn) 전투에서 조지 커스터 장군이 이끄는 미국 기병대를 전멸시킨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설적 영웅이 됐다. 사진 앞쪽 흰색 조형물은 완공 후의 모습이다. [사진=이종호]
원주민들에게 ‘날카로운 칼’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았던 그는 1819년에는 플로리다의 세미놀 부족을 공격, 그들 거주지를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다. 당시 플로리다는 스페인 영토였다. 미국 땅에서 탈출한 노예들이 플로리다 쪽으로 많이 달아났다. 공격의 명분은 플로리다로 도망간 노예를 색출하고 인디언 은신처를 소탕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세미놀 부족은 근거지를 잃었고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플로리다를 넘겨받았다.
테네시주 채터누가 도심에 있는 ‘눈물의 길’ 이정표. 조지아 등지의 수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오클라호마 등지로 강제 이송됐다. [사진=이종호]
앤드루 잭슨은 대통령이 되자 의회를 압박해 ‘인디언 이주법(Indian Removal Act)’을 제정했다. 백인들이 살던 동부 지역 인디언을 미시시피 강 서쪽 황폐한 땅으로 이주시키는 법이었다. 하지만 말이 이주였지 땅을 뺏기 위한 강제 추방이었다. 이 법에 따라 1831년부터 2년간 4000여명의 촉토족이미시시피강 유역에서 아칸소 서부지역으로 강제 이주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 치카소족, 크리크족에게도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 그들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총칼 앞에서 무력했다. 부족마다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씩 오클라호마로 강제로 옮겨졌다.
이번에는 7천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1만 6000명의 체로키족을 몰아갔다. 말뚝만 친 들판에 그들을 가두었다가 193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오클라호마까지 강제 이주시켰다. 테네시와 켄터키를 지나 오하이오강과미시시피강을 건너는 이동 행렬은 추위와 굶주림의 연속이었다. 4000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역사는 그 여정을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고 기록했다. 지금 조지아, 테네시 일원에는 ‘눈물의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있다.
윈필드 스콧은 훗날 미국-멕시코 전쟁의 영웅이었다. 1847년,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를 함락시키고 과달루페 조약을 통해 현재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와이오밍 등을 멕시코로부터 헐값에 할양받았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북쪽엔 그의 이름을 딴 호수가 있다.
최후의 원주민 학살은 1890년 운디드니라는 곳에서 일어났다. 사우스다코타주 남서쪽 끝 지역인 파인 릿지 인디언 보호구역(Pine Ridge Indian Reservation) 안에 있는 작은 강(Creek)유역이다.
미국 원주민 수난사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1970)’ 표지. [중앙포토]
1890년 12월 29일 이곳에서 미국 기병대는 수족의 분파인 라코타 족을 무장해제시키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를 포함 거의 300명이 죽었다.
다큐멘터리작가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1970)’는 미국 원주민의 시각에서 구전되어 오던 인디언 몰락의 역사를 생생히 채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운디드니 학살을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제7 기병대가 이동 중인 원주민 라코타족을 한 곳에 모았다. 모두 340명이었다. 기병대는 이들을 무장 해제시키려 했다. 수색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기병대의 기관총 4정이 불을 뿜었다. 그 자리에서 153명이 숨졌다. 남은 인디언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350명 가운데 거의 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식으로 무수한 인디언이 근거지를 잃고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의 말은 지금 미국 곳곳에 지명으로 남아 있다. 50개 주의 이름도 반 정도는 인디언 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요즘은 과거 역사 재평가가 활발해지면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20달러 지폐 모델에서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 lee.jongho@koreadaily.com
▶인디언 언어로 로 된 주(State)
네브래스카: 잔잔한 물결 / 다코타: 다 함께 연결된 사람들(친구)
매사추세츠: 큰 언덕 / 미네소타: 하늘빛 물
미시간: 아주 넓은 호수 / 미시시피: 물의 아버지(긴 강)
미주리: 큰 배가 있는 마을 / 아이오와: 아름다운 땅 / 애리조나: 작은 샘이 있는 곳
앨라배마: (크리크 인디언) 종족의 마을 / 오리건: 아름다운 물
오클라호마: 얼굴 붉은 사람들 / 오하이오: 거대한 강
와이오밍: 산과 골짜기가 굽이치는 곳 (대평원) /유타 : 산 사람들
일리노이: 잘 난 사람들(전사들) / 켄터키: 내일의 땅 / 캔자스: 남쪽 바람의 사람들
아칸소 :물이 흘러 내리는 곳 / 위스콘신: 풀이 많은 곳 / 테네시: 만남의 장소
텍사스: 친구 / 코네티컷: 긴 강 옆에 있는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