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계속되는 고물가와 서플라이 체인 병목현상. 그리고 소비지출마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3중고다. 올해도 미국 경제의 흐름이 순탄치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 1/4분기 미 경제성장률을 3.0%(연율 환산 기준)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조사 때의 4.2%보다 1.2%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올 한 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3.6%에서 3.3%로 0.3%포인트 내렸다. 참고로 미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멈출 줄 모른다. 실제 한 때 평균 갤런당 3달러 중반을 기록했던 유가는 전략비축유 방출 등의 조치로 다소 진정됐지만, 다른 물가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임금과 원자재 상승 등을 초래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연방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시중에 통화가 넘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고공 행진하고 있는 물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속도를 내면서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이 올 3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인상기조는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필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의 예측대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긴축으로 들어갈 경우 미국 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계속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지표상 견고한 고용 및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은 고용시장과 경제성장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소비자 지출이 위축되고, 노동력이 감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진단이다.
다시 말해 통화축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경제 악재로 인해 경제 회복이 둔화할 경우 연준이 결단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하듯 최근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7%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방치할 수도 없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선거운동문구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라고! (It’s the economy, stupid!)”
이는 이달 20일로 취임 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해당된다.
우크라이나, 타이완과 관련한 러시아와 중국과의 외교문제도 중대 현안이나, 경제는 더욱 시급히 풀어야할 난제다.
그럼에도 그는 취임 초반1년을 아직도 미완성의 사회복지 및 인프라 프로그램 마련에 소비했다. 포석에 실패한 것이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친 반면, ‘반대한다’는 답변은 62%나 됐다.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이 커진 배경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충분한 대응과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경제위기가 주범으로 꼽힌다.
이처럼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한 판세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타개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무엇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묘수풀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중간선거는 자신의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 리더십을 좌우할 이벤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