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 체내에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제이미 로크 박사가 이끄는 앨라배마대 의료진은 이날 미국이식학회저널(AJT)에 실린 논문을 통해 지난 9월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남성 짐 파슨스(57)의 신체에서 신장을 제거하고 대신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이식 수술 23분 만에 돼지 신장이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흘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돼지 신장에 대한 인체 거부반응은 없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수술을 받은 뇌사자가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은 물론 혈액에서 돼지 세포가 검출되지도 않았다.
최근 돼지 장기 이식에 관한 연구가 잇따라 성과를 내는 가운데 이번 수술은 동료심사를 통과한 의학저널에 실린 첫 연구 성과라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뉴욕대 랭곤헬스 의료진이 뇌사자 체외에 혈관으로 연결한 돼지 신장을 정상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고,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지난 7일 말기 심장질환자의 체내에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마쳤다. 심장 이식 환자는 무사히 생존한 상태다.
이들 수술에는 모두 유나이티드세라퓨틱스의 자회사인 리비비코어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가 사용됐다. 이 회사 연구진은 인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발하거나 동물의 장기를 과도하게 커지게 만드는 일부 유전자들을 제거하는 등 10가지 유전자 변형을 가했다.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식 연구의 진전은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집도된 장기이식 수술은 4만1000여 건이지만, 장기이식 대기자가 10만 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턱없이 모자란다. 이들 중 수천 명이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중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