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로 이민하여 살아 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언어가 달라서 오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닐테고, 또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혼동도 꽤 있을 법하다. 그 문화적 차이 중 하나가 보험에 대한 개념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한국에도 보험이 발달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미국의 보험처럼 보편적으로 널리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민자’씨로부터 자동차가 고장이 났는데 어떻게 클레임 하면 좋으냐고 전화가 걸려 왔다. 자동차 보험은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사고로 부서졌거나 했을 때 쓰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자동차 고장에는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참 설명을 해 주자 겨우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전화가 몇 달에 한번씩은 보험회사에 걸려 온다. 보통사람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난해한 문제’가 되는가 보다.
그럼, 보험에 대해 기본개념부터 한번 살펴 보자.
여러 보험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모아서 뜻하지 않은 일을 갑자기 당해 손실을 본 가입자에게 보상하자는 것이 보험의 취지이다. 다시 말해, 보험은 재산, 생명, 혹은 신체에 예측 불가능한 ‘보험 사고’가 막상 생겨서 손해를 입었을 때 그 손실에 대해 재정적으로 보상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각 보험의 종류마다 ‘뜻하지 않은 일’ 즉, ‘보험사고’의 정의를 각각 다르게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민자’씨의 경우, 자동차의 고장은 자동차 보험에서 정해 놓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보험종류마다 ‘보험사고’의 정의가 다른 심한 예로, 일반적으로 ‘홍수’는 사고임이 분명하지만 일반 주택보험에서는 ‘보험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에, 의료 보험은 몸이 아파 치료나 진찰이 필요할 때 쓰는 보험인데, 몸이 아프다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나 혹은 건강관리도 소위 말하는 ‘보험사고’에 해당되어 가입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고에 의해 사망하거나 하면 사고의 개념이 적용되니까 별 문제가 아니지만, 제 수명을 다하고 사망하거나 병에 걸려 사망해도 생명보험금은 지급되는 것이다. 생명보험에서는 ‘생명을 잃는 것’만을 ‘보험사고’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갖가지 종류의 보험이 규정하는 ‘보험사고’에 따라 커버리지가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보험을 가입할 때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것이나 까다로운 것이 있으면 꼼꼼히 따져 보고, 의문이 나는 사항을 찬찬히 물어 보아 미리 제대로 보험 지식을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래야만 ‘이민자’씨처럼 엉뚱하게 기대를 하고 있다가 뜻하는 대로 보상을 받지 못해서 오는 상실감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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