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치권을 시끄럽게 했던 조지아주의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조지아주의 이웃인 플로리다주는 아직도 주의회에서 선거구 재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은 센서스 결과에 따라 10년마다 이뤄진다. 미국의 연방하원의원, 주 상원, 하원의원 의석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10년마다 인구 증감 여부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인구가 증가해 연방하원의석 1석이 추가됐으며, 연방하원 제28 지역구가 추가됐다.
플로리다 선거구 재조정 가운데 벌어지는 논란 중 하나는 특정 정당에 선거구를 부자연스럽게 재조정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현상이다. 플로리다 주의회에 최근 상정된 선거구 재조정 지도(district map)에 따르면, 주하원 총 40석 가운데 공화당 23석, 민주당 17석 유리 지역으로 추산된다. 연방하원 지역구는 28개 지역구 가운데 16개 지역구가 공화당에게 유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다른 논란은 라티노 이민자 인구의 표심 반영 여부다. 플로리다주는 라티노 인구의 비중이 매우 높은 곳이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라티노 저스티스(Latino Justice)의 키라 로메로-크래프트는 “이번 선거구 재조정안에는 라티노가 다수인 선거구가 단 한곳도 없다(no majority Latino districts)”며 “주의회는 연방 선거권법(Voting Rights Act)을 준수해 라티노 인구의 표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류미비자 및 이민자 등 비시민권자의 투표권 여부도 문제다. 나자렛 성공회 교회의 호레 로드리게스 신부는 “저희 교구에는 이민자 및 서류미비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토네이도와 쓰나미 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투표권이 없어 정치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뉴욕주가 비시민권자 50만명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다른 문제는 선거구 밀실합의 여부다. 플로리다주 오시올라 카운티의 투표권 시민운동가 세실리아 곤잘레스는 정치인들이 선거구 재조정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렌지 카운티 교육위원인 조애나 로페즈(Johanna Lopez)도 이민자들 표심이 대변되지 않으면 정치권에 무시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플로리다주 상원은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제안한 선거구 재조정 지도를 거부하고, 어떻게 보면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안을 제시했다. 최근 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해온 플로리다주의 표심을 보면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놀라울 뿐이다. 선거구 재조정은 단순한 경계선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치를 10년간 좌지우지하는 민감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