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약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한인 이민자의 사연을 담은 영화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22일 NBC뉴스에 따르면 줄리 하와 유진 이가 공동 감독으로 나서 제작한 영화 ‘이철수에게 자유를'(Free Chol Soo Lee)이 제38회 선댄스영화제(2022)에서 상영된다.
선댄스영화제는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대상으로 한 미국 최대 독립영화제로 매년 유타주에서 개최된다.
고 이철수 씨가 1973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갱단 살인사건의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하던 중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이 일어나 약 1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실화를 다룬다. 당시 이씨와 관련 없는 갱단 일원이 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진 나흘 뒤 당국은 소년원 수감 전력이 있던 이씨를 체포했다.
이듬해 그는 백인 목격자의 부실한 증언만을 토대로 1급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21살에 불과했다. 이는 한때 거리를 방랑하던 그가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사회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이씨는 복역 중이던 1977년 다른 재소자를 살해해 사형수 수감 감옥으로 이감됐다. 당시 자칭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재소자가 자신을 찌르려고 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사건을 추적하던 탐사기자 이경원 씨가 백인 증인이 찰나의 순간 아시아인의 특징을 구별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보도를 계기로 ‘이철수구명위원회’가 조직됐다. 전국적인 관심이 쏠려 모금액으로 10만 달러가 전달돼 변호사 선임 등 비용을 충당했다.
이후 이씨는 1982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이듬해 석방된다. 이씨는 사회로 나온 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판매원 등으로 일했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의 상처와 녹록지 않았던 삶으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약에 중독됐고 1990년 마약 소지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했다.
인생 말년에는 인근 대학의 아시아 미국학 수업에 나서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2014년 장 질환 수술을 거부했다가 6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 월간지 코레암저널의 전 편집장을 맡았던 줄리 하는 자신이 만든 영화가 이철수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진실을 공유하는 창구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하씨는 NBC에 “우리 둘 다 항상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복잡미묘한 이야기에 끌렸다”며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는 석방된 뒤 정상적인 삶을 살거나 아시아계 미국인을 돕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삶은 쉽지 않았고 다시 일어서고 노력하기를 반복했다. 너무 오래 버텼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씨의 사연을 통해 서구 언론과 사법 시스템에서 ‘보이지 않는’ 아시아인들의 비가시성도 조명한다.
하씨는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너무 쉽게 지워지고 소외되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기자나 저항 운동을 이끄는 이들의 역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며 “이 영화가 ‘아니, 우린 그런 역할들을 했어’라고 말할 기회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유진 이는 “우리가 항상 지겹게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 영화가 어떻게 미국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보는 방식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사진 https://www.facebook.com/freecholso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