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과의 만남도 뜸해지고 골프장도 추위로 못나가는 날이 많아 지자, 내 작은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 했다.
책장에 쌓인 책들 중에 내가 다시 읽지 않을 책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읽을 만 한 책들을 한 상자 추려서 교회 도서부에 실어다 놓았다. 아무도 없는데 그냥 두고 왔으니, 필요한 책만 골라서 서가에 진열할 것이고 필요 없다면 버릴 것이다. 주로 소설책들이었다. 책을 좋아하기에 생일이나 명절에 애들이 사서 보내주는 신간 책들도 있었다.
영상 녹음기, 텔레비전을 보다가 좋은 내용을 복사하는 영상 녹음기도 분리해서 차고에 두었다. 좋아하던 영화들을 복사하여 보관하던 메모리 통과 거기에 연결되었던 전선들도 다 걷어서 차고 통속에 넣었다. 벽에 장식된 확성기 조정기, 책상 옆에 서있던 큰 스탠드 전등도 치웠다. 전기 발 마사지 기도 치우려 했더니 아내가 나중에 필요하니 당분간 그대로 두라고 해서 치우지 않았다. 차고 구석에는 그렇게 모아둔 물건들이 쌓여 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직도 미정이다.
“김교수, 어제 나는 서류들과 책들을 많이 태웠어요. 집 뒤 화덕에다가 태웠어요.” 골프 치며 카트를 같이 탄 닥터 Y가 말했다. “왜 서류들이나 책을 태워요?” “이것 저것 하느라고 그 동안 쌓인 노트들, 교재들, 수많은 문서들, 이젠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고, 그냥 쓰레기로 버리자니, 내 사적인 것들도 있고 해서 태워버렸어요.” “진 나라 시황제가 새로운 정책을 채택하려 거기에 반대되는 서류들을 불사르고 반대하는 유생들을 학살한 분서갱유처럼, 우리도 거추장스럽고 도움이 안 되는 과거 기록들을 태워버려요. 나도 태울 것이 있는데?” “가지고 와서 우리 화덕에서 태워요! 나도 아직 태울 것이 남아 있어요.”
집 밖에서 불을 피울 때의 규칙에 관해서 인터넷에 알아보니 귀넷-카운티 소방서에서 공시한 규칙이 있다. 옥외에서 태우지 말아야 할 것을 요약하면: 일요일과 밤에는 금지; 집 쓰레기 태우는 것; 연기 많아 주위 건강 해치는 고무나 지붕 타일 등; 폭발가능 하거나 불길이 20피트 넘게 나는 것과 의료약품들; 집터 정리로 많은 것 태우는 것과 불꽃놀이 등은 그했다.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 가지들, 풀들을 옥외 화덕이나 굴뚝이 있는 시설에서 안전하게 태우는 것은 허용되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골프도 안치는 수요일, 우리들의 서류들과 책을 태우기로 정한 날, 태울 것을 가려내어 검은 플라스틱 쓰레기 봉지에 넣었다. 아내도 그 동안 쌓아 놓은 스크랩들과 책자들을 한 상자 주었다.
닥터 Y네 집에서 그를 만나 화덕이 있는 그의 뒷마당으로 갔다. 작은 감나무에 주먹만 한 빨간 감이 딱 한 개가 겨울에도 달려있다. 작은 연못, 연장이 많은 그의 작업장, 골프 연습 네트, 트랙터, 작은 창고도 있었고, 그가 만든 화덕, 벽돌로 가장자리를 쌓아 올리고 뒤쪽에 굴뚝도 세운 화덕이 있었다. 뒷마당에 연결된 내리막 아래엔 몇 사람들이 안아야 할 굵은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숲이고, 숲 일부가 그들의 땅인데, 트랙터를 타고 거기를 오르내린다고 했다.
“재를 안 치워서 재부터 치워야지.” 그는 부삽으로 화덕 안에 쌓인 재를 퍼서 통에 담았다. 재 속에서 서류철 바인더의 쇠 부분, 넓적한 생철 쪼가리에 동그란 철사 훅이 세 게 있는 바인더가 십여 개가 나왔다. 그의 과거의 수많은 흔적들이 재가되어 거기 쌓여있는 증거였다.
문서들의 종이는 불쏘시게 없이도 잘 탈 것으로 기대 했는데 잘 타지 않았다. 그는 장작을 지피고 장작이 불이 붙게 가스 라이터를 켜서 장작 밑에 두었다. 장작에 불이 불자 불길이 오르고 빨간 불꽃들이 허공에 날름거렸다. 불길 속에 서류들과 책들을 넣었다. 장작 불길의 빨간 혓바닥 속에서 나의 과거가, 중요하다고 챙긴 과거의 기록들이 불꽃이 되어 사라져갔다.
내가 가져간 포도주를 잔에 부어 그와 한잔씩 들고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날름거리는 불길을 바라보았다. “닥터 Y, 과거 한 때 치열했던 기록들이 불꽃이 되어 사라지니, 마음이 편하네요.” “정리해야 새것이 들 공간이 생기지요.” “공감입니다.” 우린 잔을 들고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