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는 워싱턴 DC에 있다. 워싱턴DC는 미국의 수도이기 때문에 볼거리 명소가 대단히 많다. 연방의사당 건물을 비롯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기념탑, 링컨,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비롯해 국립 자연사박물관, 국립 우편박물관, 역사박물관, 미술박물관, 연방 조폐국,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관 등이 하나하나 다 볼거리다. 그중 2022년 새해를 맞아 워싱턴DC의 또 다른 명소 알링턴 국립묘지를 소개할까 한다.
알링턴 국립묘지 언덕 위에 올라서면 포토맥 강과 국립묘지 대부분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애초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처가 땅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남과 북의 숨진 수많은 병사들 묘역이 필요했다. 그때 이곳 알링턴 부지는 리 장군 부인의 사망으로 맏아들 명의로 이전돼 있었다. 연방정부는1883년 리 장군 아들로부터 15만 달러에 200에이커의 이 땅을 매입했다.
남북전쟁 희생 병사들부터
6.25 한국전쟁 희생자까지
젊은 영령들 잠든 곳 ‘숙연’
케네디 묘에선 문화 차이도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남북전쟁에서 희생된 병사 외에도 1,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은 병사들 6.25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때의 희생자도 묻혀있다. 미국의 유수한 대통령과 유명 인사들도 이곳에 안장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알링턴 국립묘지다. 매년 새해 첫날에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각료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 필자는 정부 각료는 아니지만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 정문을 지나 똑바로 조금 올라가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묘가 나온다. 바로 그 밑에는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묘도 있다. 케네디 대통령 묘는 1년 365일 불꽃이 타오른다. 그의 동생 묘 역시 1년 365일 물이 흐른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 대통령 묘. 1년 내내 불꽃이 피어오른다.
미국에서 케네디 가문이 어떤 집안인가. 케네디는 대통령이요 동생인 로버트는 법무장관이었으니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세도 집안이었다. 하지만 권불 10년이라 했던가. 두 형제가 모두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불귀의 몸이 되고 말았으니 그 부모 마음이 어떠했을까. 1년 365일 불꽃이 피어오르고 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영원불변을 뜻한다고 한다. 이는 자식을 먼저 보낸 그들의 어머니의 마지막 간청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하니 보는 사람 마음도 더 애틋해진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가 보고 동서양의 문화와 풍습이 정말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오래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땐 케네디 전 대통령 비문에는 재클린이라는 그의 아내 이름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재혼한 새 남편 오나시스가 죽고 또 재클린 그녀도 죽고 난 뒤에 가 보니 지금까지 없던 재클린 이름이 케네디 묘 옆의 비문에 버젓이 있는 게 아닌가.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여자가 재혼했으면 재혼한 집안 식구가 되는 것이 마땅하거늘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죽고 난 뒤에도 다시 원래 남편 밑으로 호적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필자의 과문함인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음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갔다. 이런 나를 두고 혹자는 ‘고리타분하게 상투라도 틀고 다니시든가’라며 핀잔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세상은 요지경이다.
# 여행메모
알링턴 국립묘지는 포토맥 강가에 있기 때문에 춘 3월 벚꽃이 만개했을 때 방문하는 게 가장 좋다. 화사한 벚꽃을 구경하며 강가를 걸어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국립묘지에서 매 30분마다 교대하는 의장대 교대 사열도 볼 만하다. 워싱턴 DC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메트로를 이용해도 된다.
글, 사진 /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여행 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