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보다 상상력·아이디어가 더 중요한 시대
4가지 신기술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어
요즘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에 ‘메타버스(Metaverse)’가 있다. 이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아니다.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마치 현실세계처럼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말한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메타버스라는 말은 언제 만들어졌나.
30년 전인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로선 예언이나 마찬가지였을 내용인데 수퍼 컴퓨터, 3차원 동영상, 고글 등의 내용이 소름끼치도록 현재 상황과 꼭 맞아떨어진다.
▶30년 전에 나온 개념이 왜 요즘 갑자기 화제가 되고 있나.
이 기술은 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실제 피부에 와 닿게 됐다. 만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상세계가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28일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게 됐다.
▶메타버스 기술은 어떤 것인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먼저 증강현실(ARㆍAugmented Reality)이라는 기술이 있다. 현실공간에 2D 또는 3D로 표현한 가상의 겹쳐 보이는 물체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대표적인 AR 기술이다.
▶또 어떤 것들이 있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직접 또는 기기를 통해 기록하고, 가상의 공간에 재현·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이나 러닝거리, 심박수 등 건강정보를 기록·공유하는 앱 등이 이 분야에 포함된다.
▶다른 2가지는?
‘거울세계(Mirror Worlds)’와 ‘가상세계(Virtual Worlds)’가 있다. 거울세계는 실제 공간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반영하되 ‘정보적으로 확장된’ 가상세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3D 위성지도인 구글 어스다. 이는 세계 곳곳을 실제 사진으로 재현해놓은 가상세계에서 위치 정보와 지형, 건물의 모습은 물론 맛집 정보나 사용자의 평가까지 알아볼 수 있다. 숙박시설 공유앱인 ‘에어비앤비’ 역시 거울세계 기술 중 하나다.
마지막 가상세계는 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을 의미한다. 실제 세계를 확장시켜 유사하거나 새롭게 창조된 세계로, 다중 접속을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요즘 초등학생부터 성인들까지 푹 빠져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 ‘포트나이트(Fortnite)’, ‘로블록스(Roblox)’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들이 실생활에는 어떻게 적용돼나?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사실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있다. 그 확장성 때문인데 앞에서 말한 4가지 기술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될 분야중 하나가 교육인데 ,경찰, 군인, 의사, 소방관, 응급구조원 등의 직업군에서 메타버스 기술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게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산업계에서 어떠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직업훈련을 받고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상 속의 직업은 이러한 조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 앞으로 건축학, 토목학 등에서도 지식보다는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문제점은 없을까?
가장 큰 문제가 메타버스내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다. 우선 가상화폐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 부가가치로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물건이나 노동력을 팔아 번 돈과 장물을 팔아서 번 돈은 구분된다. 합법적 자금과 불법적 자금으로 구분하여 불법 자금은 환수하거나 이를 근거로 체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가입자가 아바타 의상을 디자인하여 판매해 얻은 가상화폐와 사행성 게임을 통해 발생된 가상화폐를 동일한 가치로 여긴다. 두 현금의 명확한 구분이 아직은 없다.
또 하나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거래수단으로 인정할지에 관련한 문제다. 그 인정 여부에 따라 가상경제 활성화와 발전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게임 과몰입 및 불법 거래, 탈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