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그랜드쿨리 댐
캘리포니아 샤스타 댐
#. 미국에서 제일 큰 댐은 어디일까. 가장 유명한 곳이 네바다주에 있는 후버댐이라 그런 줄로만 알았다. 처음 미국에 와서 후버댐을 가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십 층 아래로 내려가 발전 시설을 보았는데 그 규모와 발전량을 알고는 경악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후버댐은 미국의 큰 댐 랭킹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댐은 어디일까. 답은 워싱턴주에 있는 그랜드쿨리댐(Grand Coulee Dam)이다. 오리건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를 관통하는 강이 콜롬비아강이다. 이 강은 워싱턴주를 지나 캐나다까지 올라가는데 이 강 유역에 후버댐보다 큰 댐이 자그마치 11개나 있다. 그랜드쿨리 댐도 그중의 하나다.
그랜드쿨리 댐도 후버댐처럼 대공황 시절 실업자 구제를 만들어졌다. 공사는 1933년부터 시작돼 1941년 완공됐다. 발전량은 6809메가와트로 후버댐의 발전량의 세 배가 넘는다. 댐 길이도 4배, 댐 축조 당시 소요된 시멘트량도 후버댐의 4배가 더 들어갔단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 댐을 가 보니 시설 담당 경찰이 수문 위로 안내를 하는데 한없이 육중해 보이던 수문이 덜덜 떨며 굉음과 함께 진동하는데 옆에 있는 것도 여간한 담력으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랜드쿨리댐 완공 후 생긴 인공 호수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호수다. 둘레 길이가 장장 150마일에 이르며 캐나다 국경을 넘어간다. 호수 주변 고지대에는 사람도 많이 살고 농경지도 있고 공장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댐에서 발전 후 방류한 물을 다시 퍼 올려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시설로 직경 12피트, 사람 키의 2배나 되는 큰 송수관이 12개나 있다. 길어 올린 물은 고지대 뱅크 레이크(Bank Lake)라는 인공 저수지에 모았다가 농경지와 주민들에게 골고루 공급한다.
물을 모으는 뱅크 레이크도 말이 인공호수이지 크기나 규모 면에서 자연 호수와 다를 바 없다. 이 호수를 끝까지 제대로 보기 위해 약 1시간, 거의 30마일을 운전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 그랜드쿨리 댐 방문자센터 바로 아래 댐 벽면에 매일 밤 9시부터 30분간 펼쳐지는 레이저 쇼도 볼 만하다.
캘리포니아 최대 크기의 샤스타댐. 생태계 보존을 위해 양식한 연어를 방류한다.
대공황 극복 위한 프로젝트
미국 국력 상징 명소로 탄생
#. 미국 최대 댐이 그랜드쿨리댐이라면 캘리포니아 최대 댐은 샤스타 댐이다. 샤스타 댐은 건축 공법이 특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로세로 높이가 50피트나 되는 정사각형 시멘트 상자 모양을 3460피트 길이로 만들어 높이 602피트, 넓이는 883피트로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댐의 저수량 높이는 487피트다. 1938년에 공사를 시작해 1945년 완공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발전량은 625 메가와트. 댐 완공 후 자연 생태계 유지를 위해 연어 양식장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방류하고 있다. 9.11 테러 이전에는 자유롭게 댐 밑까지 내려갈 수 있었지만 그 후로는 검문이 까다로워져 댐까지 갔다가 구경도 못하고 되돌아온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샤스타 댐 완공으로 생긴 호수가 샤스타 호수(Shasta Lake)다. 호수 둘레가 약 400마일이나 된다. 샤스타호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인공 호수로 북쪽 지근거리에 있는 14000피트가 넘는 샤스타산의 비와 눈 녹은 물로 채워진다.
“내 혈관 속에 모든 피가 붉은 와인으로 변하고 있소.” 자연 생태학자이자 발명가, 시인으로도 활동한 존 뮤어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가 이곳에서 유유자적 쉬면서 사스타 마운틴 정상을 바라보며 쓴 편지인데 이곳에 와서 보면 누구라도 이런 낭만적인 편지가 저절로 나올 것만 같다. 존 뮤어는 미국의 자연 보호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태동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샤스타 호수에는 섬이 있고 그 섬에는 꽤 유명한 석회석 동굴이 있다. 샤스타 동굴(Shasta Caverns)인데 1878년 제임스 리처드슨이라는 사람이 발견했다고 한다. 찾아가려면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은 도시 레딩(Redding)에서 5번 프리웨이 20마일 쯤 올라가 샤스타 호수 다리를 건넌 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동굴 투어는 여름에는 30분마다 있지만, 겨울에는 10시 12시 2시 등 하루에 3번 밖에 없으니 꼭 확인하고 가야 한다.
레딩에서 북쪽으로 샤스타 마운틴을 지나 유레카 쪽으로 접어들면 한국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유명한 아키바리 쌀 경작지가 나온다. 여기도 장관이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논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진다.
샤스타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레드우드국립공원과 라센화산국립공원이 있다. 필자야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다 둘러봤지만, 여유만 된다면 굳이 호텔을 예약할 것 없이 보트 하우스 하나 빌려 배 안에서 숙식하며 낚시도 하고 국립공원도 둘러보고 동굴과 댐 구경도 하면서 한 일주일 보낸다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될 것이다.
글, 사진 /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에 여행 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