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훈련 차질·금전적 피해 크다” 하소연
한국 프로 골프 선수들의 팜스프링스 전지훈련을 도와주던 한인 골프 매니지먼트 업체 대표가 계약금 등을 챙겨 돌연 잠적하는 바람에 100명 가량 되는 선수들이 일정 변경 등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전지 훈련에는 한국의 8개 골프 아카데미의 유명 프로선수와 주니어 선수 등 1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액 규모도 팀당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10여 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총액은 100만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견 프로골프들이 인솔한 각 팀에는 KPGA·KLPGA 정상급 프로선수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카데미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들은 S골프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12월 말쯤 팜스프링스로 동계훈련을 왔다.
대부분의 팀은 오랜 기간 전지훈련 일정을 맡아 관리해온 S사의 오 모 대표 경력을 믿고 서면 계약 없이 구두로 계약한 뒤 일부 비용은 사전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팀 당 비용은 인원에 따라 8만~15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도착 후부터 계속해서 일정에 차질을 빚더니 지난 4일 오 모 대표는 “더는 진행을 못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고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전했다.
KH 골프 아카데미를 이끄는 프로골퍼 이경훈 코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날 저녁 오 대표가 코치들과 만나 선지급 된 계약금 중 집과 차량 렌트비를 제외한 차액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며 “돌려받아야 할 돈이 코치마다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미국에 도착한 이후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식사, 숙박 등 모든 훈련과정을 100% 책임져 주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코치들이 불만을 제기해왔다”며 “제일 중요한 골프장 역시 독점계약 없이 매일 모바일 앱으로 빈 시간대를 예약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이 매일 다른 골프장들을 전전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선수들의 식사도 매니지먼트 측이 책임지기로 했지만, 나중에 식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그마저도 점심 7달러, 저녁 10달러 등 형편없이 낮은 금액을 책정했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오 대표가 미리 지불하지 않아 코치들이 지불한 골프장 그린피(green fee)와 식대가 수만 달러에 이르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 대표 잠적으로 훈련 기간 동안 머물 숙소와 렌트카 계약 기간 조차 통보받지 못해 갑자기 렌트카 업체에서 차를 회수해 가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 7일부터 새로운 골프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선수들을 훈련 중이라는 이 코치는 새로운 골프장 계약비용, 집·차량 렌트비와 돌려받지 못한 식대 및 그린피 등을 합쳐 10만 달러 가까운 돈을 자비로 지출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골프 아카데미 소속 한 학생의 아버지 오환기씨는 “2만 달러 이상 지불하고 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오씨는 “개인적으로 딸아이의 피해는 크지 않지만, 아카데미 차원에서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원래 27일까지 있기로 했지만, 시일을 앞당겨 20일에 한국으로 귀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