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출신의 스노보드 미국대표 클로이 김이 9일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클로이 김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스노보드 역사상 최연소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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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시기를 마친 재미동포 클로이 김이 허리를 굽혀 무릎을 꿇고 슬로프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든 그는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94.00. 금메달을 예감한 그는 활짝 웃으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클로이 김의 직감은 정확했다. 이후 2·3차시기가 이어졌지만 그의 점수를 추월하는 경쟁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메달. 그것도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역사상 최초로 2018 평창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남자부에서는 ‘황제’ 숀 화이트(36·미국)가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석권하며 2연패를 이룬 바 있다.
하루 전 예선에서 87.75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표정도 몸도 가벼웠다. 결선 1차시기에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를 도는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2차·3차시기는 자신을 뛰어넘는 무대였다. 두 번 모두 넘어져 성공하진 못했지만, 여자 선수들에게 꿈의 영역으로 불리는 4바퀴 회전(1440도)을 시도했다. 박재민 KBS해설위원은 2차시기에서 1440을 시도하다 실패한 클로이 김에 대해 “회전수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4바퀴 이상을 도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클로이 김은 평창 금메달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것에 대한 허탈함, 유명인사로 거듭난 부담감에 부상까지 겹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 내 일부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아시아계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던 것도 스트레스를 키웠다. 한때 스노보드를 그만두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컴백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다시금 도전에 나섰다.
지난 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해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부모님댁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고백해 화제를 낳은 그는 베이징 하프파이프마저 정복하며 ‘당대 최고’를 입증했다.
송지훈(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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