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냐 사무실 근무냐 하는 논쟁은 끝났다.”
전통적인 사무실 출근과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재택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이 만든 컨소시엄 퓨처포럼이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의 지식근로자 1만7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30%에 그쳤다.
반면 때로는 사무실에서, 때로는 집에서 일하는 혼합식 근무를 하는 사람은 지난해 11월 기준 절반이 넘는 58%에 이르러 6개월 전의 46%보다 늘었다. 혼합식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68%로 3분의 2가 넘었다.
사무실이나 집 가운데 어느 한쪽에서만 일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급감했다.
근로자들은 업무 장소와 시간 모두에서 유연성을 원했다. 78%가 장소의 유연성을 선호했고 유연한 근무 시간을 희망한 사람은 95%로 더 많았다.
현재 근무의 유연성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의 72%는 1년 안에 새로운 직장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미래의 업무 방식은 하이브리드”라면서 유연성은 점점 표준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특히 워킹맘이 업무 장소와 시간의 유연성을 선호했다.
인종이나 성별 등에서 소수자들이 근무 유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이런 직원들의 직장 내 기회가 제한돼 구조적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임원이나 관리자들이 사무실에서 가까이 접하는 직원들에 편향된 태도를 보여 출근하는 직원과 원격 근무하는 직원 간의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퓨처포럼의 브라이언 엘리엇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더욱 유연한 일터를 촉진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리더들은 모든 직원이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일·생활의 균형과 업무 관련 스트레스부터 생산성이나 직장 소속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근무 방식에 관한 기업들의 정책은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적 은행 가운데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가 재택근무를 ‘일탈’일 뿐이라고 말했던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사무실 출근을 중시한다. JP모건과 씨티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는 사무실 근무를 강제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냇웨스트그룹은 직원의 13%만이 사무실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의 유연 근무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도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거점 오피스 등을 도입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장’을 중시하는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도 코로나19 이후 업무 유연성을 더욱 확대하면서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산토리 영국법인은 확실한 업무 계획을 갖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현장 목요일’을 포함한 최대 2일 원격 근무·3일 출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