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 ‘아가씨’ 등을 만든 박찬욱 감독이 신작 단편 ‘일장춘몽’을 들고 나왔다.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등이 출연한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것은 애플사의 아이폰13으로 촬영했기 때문. 박 감독은 2011년에도 아이폰4를 이용해 단편 영화 ‘파란만장’을 찍었다.
박 감독은 18일 열린 온라인 상영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시 ‘파란만장’을 찍었을 때 기억이 좋아서 그 뒤에도 제 동생과 함께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라며 “아이폰13 플러스라는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탑재 된 기계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다시 찍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장춘몽’이라는 제목에 대해 “인생이 그저 한바탕 덧없는 꿈이라는 소리다”라며 “그냥 ‘몽’이 아니라 ‘춘몽’이라고 한 걸 보면 덧없는데 아름다운 꿈이지 않겠나. ‘덧없지만 아름다운 꿈’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아름다우나 덧없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영시간이 21분인 ‘일장춘몽’은 무협과 판타지, 로맨스 등이 섞인 장르물이다. 박 감독은 김우형 촬영 감독과 아이폰13 플러스 스마트폰 여러대만 이용해 촬영했다. 박 감독은 “작은 전화기로 찍는다고 할 때 먼저 떠오르는 건 자유롭다는 것”이라묘 “하나의 장르 영화가 아니라 마음대로 왔다갈 수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마당극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은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장의사 역을 맡은 유해진은 이번이 박 감독과의 첫 호흡이다. 그는 “모든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길 원한다. 제 꿈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언제쯤 감독이랑 할 수 있을까’, ‘난 보기만 해야 하는 입장인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폰으로 촬영한다고 했을 때 광고 쯤이겠지 생각했고, 퀄리티가 궁금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진짜 놀랐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유해진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공공의 적’에서 유해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참 비범하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 할 기회를 찾기 힘들었다”며 “지금까지 제가 만들었던 영화에서 맞는 배역이 없었다. 그런데 단편영화는 유해진에게 맞는 인물을 처음부터 생각해서 쓰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일장춘몽’은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놓고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쥐’ 이후 박 감독과 재회한 김옥빈은 “20대 때 함께 했고 30대 때 또 했으니까 40대 때도 함께 하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만나니 이제는 바라볼 수 없는 거장의 느낌이 풍기더라. 어쨌든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저도 그만큼 주름살이 늘었다”라며 웃었다. 그러자 박 감독은 “김옥빈의 외모와 연기력은 변하지 않았다. 단 한가지, 변한 것은 이런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도 잘 한다. 넉살이 좋아졌다”며 “그간 출연 제의를 안 한 게 아니었다. 스케줄이 안 맞아서 기회가 안 됐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박 감독은 또 박정민에 대해서는 “제가 ‘시동’이란 영화를 좋아했다. 사람들이 제가 ‘시동’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아해 하더라. ‘변산’도 봤고, 늘 박정민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작품의 안무 감독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스타 모니카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박 감독은 “우연히 TV를 보다가 ‘스우파’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나 혼자만 아는 줄 알았는데 2주쯤 지나니까 모두들 ‘스우파’ 얘기를 하더라”며 “사람들이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길래 ‘그걸 이제야 발견했나?’할 정도였다. 그중에서 나는 모니카쌤의 팬이 됐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창춘몽’은 이날 오전 11시 애플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서 동시 공개됐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