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의사 역할은 꿈도 꾸지 않으려고요. 또 다른 차영민을 만들 용기도, 더 잘할 자신도 없어요.”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자타 공인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 차영민 역을 맡은 배우 정지훈(40)이 의학 드라마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작품이 너무 재밌어서 도전했는데 수술 도구 이름, 의학 용어, 피 냄새와의 싸움까지 모든 게 쉽지 않았다”며 “의사는 차영민이라는 캐릭터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고백했다.
22일 종영한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을 가진 의사 차영민(정지훈 분)의 영혼이 사명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다.
극 중 차영민은 오만한 천재 의사지만, 사고 이후 영혼으로 존재하게 되면서 승탁과 함께 위기를 헤쳐가고 한층 성장해 나간다.
정지훈은 “차영민은 굉장히 차갑고 냉소적이지만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 있는 의사”라면서 “남들에게 자신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는 걸 싫어하는 이른바 ‘츤데레’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차영민을 거만하지만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는 그는 “고스트가 된 후의 영민이를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어 블랙 코미디 요소를 집어넣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 만남부터 부딪치기만 했던 영민과 승탁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병원 내 비리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완벽한 하나의 팀을 이루며 진한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정지훈은 “제가 차영민을 연기하기 위해 잡아놓은 콘셉트가 있었는데, 김범 군이 어느샌가 그걸 눈치채고 저랑 똑같은 단어를 쓰고 있었다”며 “정말 노력하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또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하루아침에 친해질 정도로 너무 호흡이 좋았다. 김범 배우뿐 아니라 유이, 손나은 배우 모두 잘 따라줘서 너무 감사했고 즐겁게 촬영했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한 ‘고스트 닥터’는 서로 다른 사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들, 또 각자의 사연을 안고 병원에서 살아가는 고스트들까지 다양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정지훈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메디컬 판타지 장르이기도 했고, 귀신들의 이야기부터 저와 김범 배우의 브로맨스, 코미디 같은 에피소드까지 있어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중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요약하고, 꽉 닫힌 해피엔딩을 선물한 결말에 대해서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2003)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정지훈은 20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그동안 해 온 작품들을 쭉 봤더니 분명 발전한 것도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할 부분도 너무 많다”면서 “아직도 선배, 동료, 후배 배우들에게 배워가는 현재 진행형 배우”라고 자평했다.
가수 비로서도, 배우 정지훈으로서도 해외에 진출해 한류의 기반을 닦은 그는 현재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콘텐츠’ 열풍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다며 포부를 밝혔다.”저는 2005년부터 월드투어를 했는데, 그때는 아시아의 가수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배들이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하고, 대한민국의 좋은 콘텐츠들이 1등을 하는 게 당연해졌죠. 묵묵히 제 길을 가다 보면 아주 재밌는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작자로서는 우리 싸이퍼가 세계 무대에 오르는 걸 꿈꾸고 있고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