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씨가 좀도둑질하다 잡힌 이야기가 다시 특종 신문기사로 났다. 감옥에서 나오자 한 달만인 2022년 2월 18일에 경기도 용인 경찰서에 체포되었다는 기사다. 용인 시 고급주택단지에서 3차례에 걸쳐 현금, 귀금속, 명품 가방과 의류 등 33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형씨가 1980년대 서슬 푸른 군사정권의 정부 고위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집만 털어 물방울 다이아몬드나 귀금속과 아직 뜯지도 않은 뇌물로 들어온 돈 상자를 그대로 훔쳐서, 일부를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던 때, 그는 영웅 의적, 의리의 대도, 도둑 박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조세형씨가 감옥에 들어 갈 때는 큰 도둑이었으나, 감옥을 나올 때는 성령으로 거듭난 기독교인이 된 것은 그를 더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감옥에서 몇 분들의 정성으로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다. 성령을 받고 기독교인으로 거듭 났다. 정식 학교를 다니지 않던 그도 책을 많이 읽었다. 모범수가 되어 감옥을 나왔다.
“꿈 속에서 세상의 종말을 봤어요. 땅이 꺼지고, 난리가 나서 산으로 뛰어가고, 산에서 바위를 붙들고 떨고 있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바위는 너를 구원 할 수 없다. 보거라 하는 소리에 놀라서 뒤를 보니 저 멀리 길이 열렸고 그 끝에 십자가가 있더라고요. 십자가를 향해 뛰었습니다.” 조씨가 어느 간증 집회에서 고백한 말이다. 성령을 받고 성경을 읽으니 구절 하나하나 꿀 같은 진리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출소 후에 방범회사 에스원에 자문위원이 되었다. 도둑 중에 도둑박사의 노하우와 추격하는 경찰들을 귀신처럼 따돌리고 높은 담벼락도 높이뛰기 선수처럼 뛰어 넘던 그는, 도둑을 잡고 예방하는 전문가로 시민을 도왔다. 경찰 행정학 대학들과 청소년 선도단체들이 그를 초청 하여 강의를 들었다. 교회들이 다투어 그의 거듭난 살아있는 간증을 청해 들었다. 그는 결혼도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나타나는 명사가 되었다.
그는 목사 안수도 받았다. 범법자들과 노숙자들에게 선교를 목적으로 “늘 빛 선교회”를 만들어 활동을 하던 중에 일본의 노숙자들에게 선교한다고 가서 도둑질 하다가 잡혀 형을 받고, 귀국해서도 계속되는 도둑질로 형무소를 들락거리다가 최근에도 감옥에서 출소하자 다시 도둑질 하다가 잡혔다는 기사가 신문에 대서 특필로 났다.
조세형씨가 1948년에 태어나 2살 때 6.25 전쟁이 났고, 전쟁 통에 아버지가 죽자 2살위인 누나와 7살 위인 형은 고아원으로, 그는 엄마와 외가로 갔다가, 그가 5살 때 엄마는 재가하고 그는 서울의 고모네 집으로 갔다고 그의 형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세형이 9살 때 서울에서 삼남매가 만났고, 고아원에서 누나와 형은 학교를 다녔지만, 조세형은 학교는 가지 않고, 마을을 떠돌며 훔치는 버릇이 생겼다고 그의 형이 말했다. 조세형씨는 후에 황해도에서 내려온 피난민이라고 속여 주민등록증 만들 때 나이도 속였기 때문에 그의 주민등록증 나이는 실제 나이와 다르다고 한다.
조세형씨가 2살 때 6.25 전쟁에서 아버지가 죽지 않고, 엄마도 개가 않고 그와 살았다면 그가 도둑이 되었을까? 같은 부모를 가진 그의 형과 누나는 왜 도둑이 되지 않았을까? 그가 감옥에서 모범수로 나왔을 때 도둑을 막고 예방하는 회사에 평범한 직원이 되어 ‘도둑 박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다면 다시 도둑이 되었을까?
거듭난 기독교 교인으로 평범하게 살며 성숙된 목사님을 도와 신앙생활을 하며 살았다면 그가 다시 도둑이 되었을까? 그가 준비도 안된 큰 회사 간부, 교수, 목사, 부흥강사 등 직책과 감투를 쓴 것은 그의 야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성급한 목적을 위해 이용당한 것일까? 조세형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생긴다면 그를 통해 배웠기 때문에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내가 2살 때 아버지를 잃고 엄마는 나를 떠나고, 나는 학교는 가지 않고 도둑 고양이 같은 거리의 애들과 어울려 스스로 생존했더라면, 나는 도둑이 되지 않았을까? 성경공부를 하고 성령으로 거듭나서 새 삶을 시작한 내가, 교인들을 인도할 능력의 준비도 없이 목사의 역할, 불량아동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선교의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거품 같은 명성이 사라진 후에 먹고 살아갈 방도가 없을 때에도 ‘도둑 박사’인 내가 도둑질을 안 했을까?
백지장 이론(Tabula Rasa)이 있다. 누구나 태어날 때는 백지장인데 어려서의 경험이 그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성인의 그림이 완성된다는 이론이다. 조세형씨야 말로 유년기에 보호와 사랑을 박탈당한 피해자이기에 결과적으로 도둑피해를 사회에 돌려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와 나, 그의 형제들, 그리고 우리모두 같은 백지장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의 다른 환경 때문에 다르게 살아야 하는,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