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파-반연방파 대립 속 13개 주 이해 관계 제각각
‘노예 1명=자유인 3/5명’ 등 인구수 계산까지 절충 타협
미국 헌법(Constitution) 전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미합중국 인민인 우리는 보다 완벽한 연방을 구성하기 위해, 정의를 세우고, 국내 안녕을 유지하고, 외부로부터의 공동 방위를 제공하고, 대중의 복지를 증진하고,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자유의 은총을 보장해주기 위해 미합중국의 이 헌법을 제정, 수립한다.(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establish Justice, insure domestic Tranquility, provide for the common Defense, promote the General Welfare, and secure the Blessings of Liberty to Ourselves and our Posterity, do ordain and establish this Constitution fo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이 한 문장 속에 정의, 복지, 자유 등 이른바 미국의 정신이라 불리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금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이를 담아낸 헌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산고의 진통이 필요했다.
미국 건국은 인류 역사상 전에 없던 실험이었다. 시작부터 인권과 자유, 평등과 관용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다양한 인종과 민족, 계층을 통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최강 영국과 싸워 이겨 독립은 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 영국의 그늘에 있을 때보다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신분과 빈부 격차를 넘어선 사회적 통합도 더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초기 지도자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화와 타협으로 조금씩 양보하며 장차 세계를 이끌어갈 ‘1등 국가’의 초석을 하나둘 놓아갔다.
1787년 제정된 연방헌법은 그런 노력의 결정체였다.
1776년 헌법제정회의 모습을 담은 기념 우표.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던 쟁쟁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면이 묘사된 기록화다. 1937년 연방헌법 제정 150주년을 맞아 발행됐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은 새로운 독립국으로 희망찬 출발을 했다. 하지만 말이 독립이지 13개 주는 여전히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였다. 신생 독립국 미합중국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제적 자립과 시스템 통일이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통화는 불안정했고 비록 미국과의 전쟁에 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대국인 영국의 통상 방해도 심각했다.
13개 주는 저마다 개별적으로 외국과 통상 조약을 맺었으며 관세를 매기는 것도 제각각이었다. 외교 문제도 심각했다. 영국은 여전히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신생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남부의 스페인도 골치였다. 독립전쟁 승리로 영토가 넓어지긴 했지만 인디언 원주민들이 버티고 있는 변방은 제대로 통제력이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각 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하나의 국가로서 국익을 챙기기 위한 강력한 중앙 정부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졌다. 이를 확인시켜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786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셰이스의 반란(Shays’ Rebellion)’이 그것이다. 독립은 했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당시 13개 주의 의무를 규정한 연합규약은 나중에 미국 헌법의 모태가 됐다. 연합규약 초안 완성 200주년을 기념해 1977년 발행된 기념 우표.
1786년 여름 1000여 명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무장하고 봉기했다. 주동자는 독립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대니얼 셰이스였다. 반란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영향은 컸다. 매사추세츠는 물론, 비슷한 반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 한 다른 주들도 농부들의 부채를 유예하거나 감면시켜주었다. 이런 반란 사태가 일어나도 연방정부가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새삼 확인되면서 강력한 중앙정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더욱 확산되었다.
1787년 여름, 각 주를 대표하는 55명이 다시 필라델피아에 모였다. 역사적인 헌법제정 회의였다. 처음 목적은 그동안 느슨하게나마 연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해 온 ‘연합규약(The Articles of Confederation)’을 손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참에 아예 나라의 뼈대를 다시 세울 새 헌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회의의 목적도 바뀌었다.
헌법제정회의 의장은 만장일치로 조지 워싱턴이 선출됐다. 81세 벤저민 프랭클린은 최고령 대표였다. 최연소는 뉴저지의 조너선 데이턴이었다. 새 헌법 초안은 버지니아 대표 제임스 매디슨이 만들었다. 매디슨의 이 헌법 초안을 두고 각 주 대표들은 넉 달간이나 회의를 이어갔다. 몇 가지 쟁점에서 각 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쳤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정부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미국 연방헌법은 1787년 제정됐지만 9개 주 이상의 비준을 얻어 확정, 공표된 것은 1788년이다. 1938년 발행된 연방헌법 비준 250주년 기념 우표.
뉴욕 출신 알렉산더 해밀턴 같은 연방파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정부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버지니아 출신 토머스 제퍼슨 같은 반연방파는 또 다른 군주제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각 주의 느슨한 결합을 주장했다.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의 의중은 연방파 쪽이었다. 그들은 강력한 연방정부가 세워지지 않으면 미합중국은 와해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은 다른 많은 참석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쟁점은 의회 구성을 위한 대표 문제였다. 의회 대표를 인구 비율에 따라 둘 것인가, 인구와 관계없이주마다 동일한 수의 대표를 둘 것인가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절충안이 채택됐다. 연방의회는 양원으로 구성하되 각주 인구에 비례해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하원과, 각 주가 크든 작든 똑같은 수의 대표를 보내는 상원을 두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다시 노예를 인구의 일부로 포함해야 하는지, 또 연방정부가 세금을 매길 때 노예도 인구에 넣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결국 노예 한 명은 자유인의 5분의 3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헌법 제정과정에서 드러난 제반 문제는 훗날 남과 북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됐다.
그 밖에도 다른 세세한 내용의 합의를 하기 위해 각 주 대표들은 600번이나 표결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각 주 대표들은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여 다양한 신앙공동체 신자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헌법 초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제 13개 주 각각으로부터 비준을 받는 일만 남았다. 그 과정 또한 멀고 먼 길이었다.
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
지폐 속 건국의 아버지들
현재 통용되는 달러화 지폐는 1, 2, 5, 10, 20, 50, 100달러 등 7종이다. 이 중 4개에 건국 초기 인물 얼굴이 들어가 있다.
1달러 : 조지 워싱턴(1732∼1799)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버지니아 출신. 독립전쟁 총사령관을 역임하고 새 연방헌법에 따라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1796년 3선 대통령으로 추대되었으나 민주주의 전통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끝내 사양했다.
2달러 : 토머스 제퍼슨(1743∼1826)
조지 워싱턴과 같은 버지니아주 출신이다. 1776년 7월 4일 발표된 독립선언문을 기초했다. 초대 국무장관을 지냈고 1796년 부통령에 이어 1800년 제3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 재임 중 1803년 캐나다 국경에서 멕시코만에 이르는 루이지애나 지역을 프랑스로부터 구매, 미국의 영토를 거의 2배로 늘렸다. 언론 자유를 강조한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0달러 : 알렉산더 해밀턴(1757∼1804)
헌법제정회의 때 뉴욕 대표로 참가, 강력한 연방정부를 주장하는 ‘연방파’의 대표 주자로 활약했다.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등과 ‘연방주의자 논설집(The Federalist)’를 발표해 연법헌법 제정에 크게 기여했다. 1789~1795년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국립 중앙은행 창설, 보호관세의 설립 등 미국 경제 제도의 초석을 다짐으로써 역대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평가받는다.
기타 : 5달러(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20달러(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50달러(18대 대통령 율리시스 심프슨 그랜트), 100달러(벤저민 프랭클린).
시민권 시험 문제 풀이
Q헌법제정회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 at the Constitutional Convention?)
A 헌법이 제정됐다.(The Constitution was written.) /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만들었다. (The Founding Fathers wrote the Constitution)
Q 헌법은 언제 제정되었는가? (When was the Constitution written?)
A 178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