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와 유타 접경의 그랜드 스테어 케이스 에스칼란테 모뉴먼트(이하 에스칼란테)는 앤텔롭 캐년이 있는 애리조나의 페이지, 유타주의 브라이스 캐년, 레이크 파웰을 품고 있는 광활한 사막이다. 이 지역에 전세계의 하이커들과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진귀하고 신비로운 장소가 있다.
와윕 후두스 (Wahweap Hoodoos)는 매우 특별한 형상을 지닌 바위 기둥들의 거대한 숲이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빚어진 재료가 신비롭다.
일반적으로 이 부근의 바위들은 대개 붉은 빛깔이거나 브라운 컬러가 많은데, 와윕후드스의 돌기둥들은 밝은 회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회색 돌기둥은 버섯 모양의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다.
검은 모자는 다코다 샌드스톤(Dakota Sandstone)으로 10억년, 흰기둥은 엔트라다 샌드스톤(Entrada Sandstone)으로 16억년 전에 형성되었다.
눈과 바람에 약한 부분이 깍이면서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와윕 후두스는 크게 세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후두상들은 약 4마일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 거대한 샌드스톤 벽을 배경으로 우후죽순처럼 올라와 있다.
사람 키높이의 아담한 후두상도 있으나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둥들도 있다. 회색의 암벽은 고스트를 연상케 하는데 그 위에 검은 모자가 씌여져 있어 거대한 남성 심벌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번째 섹션은 엄숙한 분위기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후두상을 헤치고 들어서면 지성소와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제단이 나타난다.
위로부터 흘러 내린듯한 회색의 알타형 바위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후두들이 정렬해있다. 그 사이로는 신을 모시는 정령이 살아있는 듯하여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세번째는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케한다. 우뚝 솟은 후두 기둥들은 영락없이 무엇인가를 나타내려는 듯하며 또 무엇인가를 기리는듯 고고하게 서있다.
이곳을 보고 돌아가면 요르단의 페트라 신전을 떠올리게 된다. 사암 계곡 깊숙한 곳에 암벽을 조각하여 지어진 페트라 신전 그리고 주변의 고대 건축의 잔해인 기둥들이 이곳의 이미지와 교차된다.
솔로몬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성전은 백향목에 황금을 입혔다고 한다.
이곳 와윕 후두에서는 자연이 사암으로 빚은 제단이 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자태에 저절로 마음 숙연해진다.
주의사항:
와윕후드로 들어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다. 자갈밭인 시냇가를 따라 올라가는데 물을 건너고 진흙으로 변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여름에는 볕이 뜨겁고 등산화는 온통 진흙 범벅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방문 적기는 봄과 가을이다. 한여름에는 강한 햇볕에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간에 먹을 수 있는 물은 없다. 충분한 식수와 음식을 지참하도록 한다.
비가 내린 후엔 급작스럽게 물이 불어나므로 사전에 레인저 스테이션에 문의를 한 후 트래킹을 하도록 한다.
산행을 시작하기전 빅 워터 방문자 센터를 들릴 것을 권한다. 여기서 와윕 후두로 들어가는 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빅 워터 인근에서 발견된 공룡의 뼈 전시물도 볼 수 있다. 그라팜(Graffam)이란 레인저는 자신이 발견한 공룡 화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공룡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발굴하는데 2년, 복원하는데 4년, 그리고 정식으로 등록하는데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글, 사진 / 김인호 여행작가
김인호씨는 미주 트래킹, 캠핑, 테마 여행 전문가로 실전 하이킹 정보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남가주 하이킹 105선’ ‘하이킹 캘리포니아’가 있으며 유튜브 ‘김인호 여행작가 Ernie’s Outdoor Travels’ 채널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