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장성이 우크라이나 저격수에 의해 사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정부 당국이 공식 확인을 하지 않는 가운데 외신을 통해 관련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3일(현지시간)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안드레이 수호베츠키(47)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 겸 제41연합군 부사령관이 우크라이나군 저격수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인터넷상에는 사망 당시 수호베츠키 소장이 “침략군(부대원들)에게 연설 중”이었다는 전언이 떠돌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망 장소와 시간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일간 프라우다는 이날 수호베츠키 소장의 사망 사실을 보도하면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수작전 중 사망했다”고만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설명하는 러시아 국내 연설에서 “장군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당초 수호베츠키 소장의 사망은 그의 옛 동료라는 한 러시아군 예비역 인사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수호베츠키는 공수부대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전공으로 훈장을 받았다. 이후 고속 승진한 그는 러시아군이 깊이 개입했던 시리아 내전에서 군사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사한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러시아군과 모스크바의 수뇌부에 큰 충격을 주는 분위기다.
현재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사한 장병이 498명, 부상병은 1597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디펜던트는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실제 사망자와 부상자는 훨씬 많고,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호베츠키 소장의 사망으로 러시아의 ‘저격수 흑역사’도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과거 소련군은 핀란드를 침공해 일어난 겨울전쟁(1939~40년)에서 저격전으로 큰 피해를 봤다.
핀란드군은 겨울전쟁 당시 소련군을 상대로 저격전을 벌여 큰 피해를 입혔다. 중앙포토
당시 핀란드군은 전차 등을 앞세운 막강한 화력의 소련군에 대항하기 위해 노련한 사냥꾼을 저격수로 동원했다. 설원에서 하얀 전투복을 입고 매복해 공격하는 핀란드군 저격수는 소련군 장병 사이에서 ‘하얀 악마’라고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농부 출신의 전설적인 핀란드군 저격수 시모 해위해(1905~2002년)는 최소 510명 이상의 소련군을 사살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번 침공 사태가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게릴라전 양상이 계속되면서 저격수의 활약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