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주말, 2박 3일 주말 여행으로 플로리다의 나바르 비치(Navarre Beach)에 다녀왔다. 네 쌍의 부부가 2 차에 나눠 타고 둘루스에서 출발하여 6시간을 달려 도착한 해변, 햇빛 찬란한 바다에서 쏴아 쏴아 덮쳐오는 파도에 서핑을 하는 사람, 수영을 하는 사람, 해변 모래밭에 누어 썬탠을 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들,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저기 기아 자동차 공장 봐요” 85 하이웨이를 달리는 차 속에서 오른쪽을 보니, 하얀 기아 공장 건물이 보였다. “와, 마을 같이 크네!” “저 큰 공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 할까?” “한국이 미국사람들 일거리를 주는 곳 아냐!” “차도 만들고, 주민들 일자리 만들고, 그래서 조지아 주 지사가 한국을 방문했지요.” “황무지를 황금공장으로 만들 때 주민들이 태국기와 성조기를 들고 환영했어요.” “한국 참 대단한 나라예요!” 그런 소리들이 나왔다.
육지에서 긴 다리를 건너 도착한 나바르 섬은 보드라운 바닷바람으로 우릴 환영했다. 우린 겉옷을 벗고, 신발도 벗고 맨발로 따스하고 하얀 모래밭을 밟았다.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용마루 같은 하얀 파도가 밀려와 모래밭을 쓸고 밀려간 자리는 젖은 모래밭이 되고 거기에 선명한 발자국이 생기면, 파도가 다시 밀려와 지웠다.
젖은 모래밭 발자국은 사람마다 달랐다. 발이 아픈 내 발자국과 발이 건강한 분들의 발자국이 달랐다. 족저근막염을 가진 내 발 자국은 믿믿한데, 발이 건강한 분들의 발자국은 뒤꿈치, 발가락들, 발가락 뿌리 부분이 선명했다.
모래 섬에서 바다 가운데로 뻗은 피어는 (1,545 피트) 플로리다에서 가장 길고, 높이가 30, 넓이가 15 피트, 우리일행은 1불씩 요금을 내고 걸어보았다. 피어를 따라 걸어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 노소, 모두 바다에서 불어 오는 산들바람에 취한 듯 ‘나 기분 좋아요, 행복해요’ 하는 얼굴 표정들, 젊은 애인들은 물론 늙은 부부도 서로 손을 잡고 피어를 걷거나, 난간에 기대어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난간에 앉은 비둘기들을 보거나, 눈을 감고 산들 바람을 감상하거나, 물 속에서 돌핀이나 상어를 찾기도 하고, 낚싯대 옆에 서거나,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둘째 날 남자들은 모두 아침부터 피어 낚시를 했다. 고기는 안 잡혀도 모두 싱글벙글했다. 여자들은 모래밭도 걷고 피어도 걷다가, 피어에서 라인댄싱을 했다. 피어의 끝은 바다 가운데 학교 운동장 같이 동그랗고, 거기서 라인댄싱 교사 급 여자들인지라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부르며 네 여자들이 춤을 추니, 무소식인 낚싯대에 지루했던 사람들과 걷는 사람들이 바다 가운데 인어들의 리듬댄싱을 보며 입 꼬리가 올라가고 이마에 행복한 웃음이 퍼졌다.
별 쏟아지는 밤에 모닥불 가에 둘러 앉아 손뼉 치며 노래하던 일도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묵은 베스트웨스턴 호텔의 바닷가 야외 연회장에서 즉석 떡국, 밥, 라면 등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호텔 정원에 이어진 바다는 이미 어둠 속에 하늘과 하나되어 검고, 팜트리의 키 큰 검은 그림자위로,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일 때, 정원가운데 모닥불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호텔 직원이 우릴 위해 모닥불을 피워주었다. 밤 바닷가에서 넘실대는 모닥불 불꽃주위 의자에 둘러 앉았다. 우리는 옆 사람과 손을 잡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행복한 순간을, 주신 건강을, 아름다운 자연을, 좋은 이웃과 친구를, 좋은 여행을, 밤 바다 위 빛나는 별들을….
“모닥불 피워놓고” 누군가 시작하자 모두 합창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 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아득한 옛날의 기억 속에 숨었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 나왔다. 우리들은 손뼉을 치며 두 번이나 불렀다. 널름거리는 불빛에 비치는 얼굴들도 불꽃처럼 빛났다.
별 빛나는 밤 바닷가 모닥불 가에서 흥이 난 우리들은 나의 살던 고향도 부르고 내가 개사한 ‘우리의 새 고향”도 불렀다. “고향 떠나 조국 떠나 이국 타향에서/ 다시 만나 반가운 고향 사람들/ 온 갖 꽃들 사철 피는 따뜻한 이곳/ 찾아 헤맨 꿈의 고향, 여기가 거기// 이웃 사촌 당신 있어 이국 타향이/ 오순도순 정이 들어 고향이 됐네/ 외로울 때 손잡아 줄 이웃 사촌들/ 찾아 헤맨 꿈의 고향 애틀란타. “
여행을 자주 하시고 이번 여행도 계획하신 좋은 이웃 덕분에 예상 못한 환상의 짧은 여행을 하며 행복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일몰과 일출, 팬사콜라, 데스틴 비치도 인상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