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아”…미·독·영·프 정상 통화서도 논의
미국이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점차 다가서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르면 7일 중 관련 법안을 성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권한을 부여하고, 미 상무부 장관에게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 중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금 및 무역 관련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하원 조세 무역위원장인 리처드 닐(민주),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민주) 의원과 그 카운터파트인 공화당 케빈 브레이디 하원의원과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325억달러 규모의 예산과 관련한 협상도 진행, 이르면 8일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역시 러시아를 국제 경제에 고립시키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를 입힐 조치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직접적인 에너지난 가능성 때문에 마지막까지 도입을 미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가 강하게 금수 조치를 압박하고 나서며 실제 에너지 부문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블링컨 장관의 발언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며 패닉 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백악관은 일단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회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 입법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관련한 내부 논의가 유럽 동맹 및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러시아에 경제적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날 미·독·영·프 정상들의 화상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