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결집에 초박빙 혈투…헌정사 최소 득표차 0.8%p
이념·세대·젠더 갈등까지 증폭…’협치·통합’ 민심요구 분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5시50분께 99.8%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48.57%, 1천636만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1%, 1천611만표를 얻었다. 득표차는 0.76%포인트, 25만 표에 불과하다.
개표 중반까지 이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였지만 개표율 51% 시점에 윤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0.6~1.0%포인트의 격차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개표율 95%를 넘어설 때까지도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패배를 선언하고 있다. 2022.3.10 srbaek@yna.co.kr
이 후보는 오전 3시 50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패배를 선언했다.
곧바로 윤 당선인은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당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국회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기간 줄곧 두문불출했던 배우자 김건희씨는 이날도 함께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면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3.10 [공동취재]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를 기록한 신승이다.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의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표차는 39만557표, 득표율 차는 1.53%포인트였다.
두 번째로 격차가 작았던 선거는 1963년 5대 대선으로, 당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가 윤보선 민정당 후보를 1.55%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이번 대선이 유력한 제3후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서 진영결집이 극대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젠더 갈등까지 사회갈등의 골을 깊어진 것은 새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여소야대 의회지형 속에서 ‘협치’와 ‘통합’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민심이 표출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2022.3.10 cityboy@yna.co.kr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궤멸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보수진영으로선 이번 대선으로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이로써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로 보수와 민주 진영이 10년씩 번갈아 집권했던 ’10년 주기론’은 깨지게 됐다.
2년째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되레 집권세력 심판론으로 민심의 무게추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본인으로서는 ‘장외 0선’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작년 6월 29일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참여를 공식화하며 대선도전을 선언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앞선 13∼19대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회의원직을 최소 1차례 이상 경험했고 대부분 당대표까지 역임하며 여의도 정치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의회정치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 파격 발탁된 ‘엘리트 검사’로서 되레 정권교체의 기수 역할을 맡은 것도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진보정권을 교체하면서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새 대통령 당선인이 맞닥뜨린 도전과제는 만만치 않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당선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다.
20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가 90%를 기록한 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가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실시된 대선에서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의 15대 대선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총 선거인수 4천419만7천692명 가운데 3천407만1천400명이 투표해 7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77.2%)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율이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본투표 열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탓에 투표율 ‘80%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권역별로는 진보와 보수의 ‘텃밭’으로 각각 불리는 호남·영남이 투표율 상위권을 휩쓸었다.
20대 대선 투표가 종료한 직후 이른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선거일 6일 전부터) 실시된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10일 자정을 지나 개표가 95%를 넘겨 진행된 상황에서 두 후보는 0.8%포인트 안팎으로 유례 없는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에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양자 간 0.6% 격차를 집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선과 함께 실시된 5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석권했다.
서울 종로에서는 최재형 후보, 경기 안성에서는 김학용 후보, 충북 청주 상당에서는 정우택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서울 서초갑에서는 국민의힘 조은희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국민의힘이 귀책사유로 무공천한 대구 중·남구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임병헌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기존 106석에서 110석으로 늘어나게 됐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보수의 원흉에서 희망으로…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은 누구
유세 한번 않고 ‘퍼스트 레이디’… 커튼 뒤의 내조자 김건희
이재명, 대선 패배 승복 선언 “모든 책임은 제게”
8시간반 초접전…한밤 역전에 새벽 승리·패배 희비
출구조사 ‘초박빙’ 예측에 국힘 당혹…민주는 ‘기대’
자정 넘어 분위기 급반전…윤석열 새벽 4시승리 선언
20대 대통령 선거 개표 과정은 8시간 반 동안 환호와 탄식,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한 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9일 저녁 7시 30분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가 나오자 먼저 환호한 쪽은 민주당이다. 상황실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상파 3사와 JTBC 출구조사 결과가 각각 보도되자 “우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경합 우세’를 점치면서도 확신을 하진 못했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실제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도하며 조금씩 승리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특히 ‘박빙 열세’로 나타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와 달리 JTBC 출구조사에서는 이 후보 ‘박빙 우세’를 보인 것으로 보도되자 “이겼다! 이겼어!”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피습 사건으로 이날도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온 송영길 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눈물까지 흘렸다.
반면, 압승을 자신했던 국민의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 자체 조사 결과 윤 후보가 10%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승리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예상 밖의 초접전 예측이 나오자 국민의힘 상황실 분위기는 삽시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예 상황실 내 개표 중계방송 소리를 꺼버리기도 했다.
March 10, 2022. Lee Jin-man/Pool via REUTERS
개표 초반까지는 이 후보가 큰 표차로 우위를 이어가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표 차가 좁혀졌고 양쪽 상황실의 공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0일 0시30분 개표율 50%를 넘어가는 시점에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처음으로 앞지르자 여야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잡담을 나누던 민주당 지도부는 역전 시점을 전후해서는 조용히 TV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역전이 이뤄지자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국민의힘 상황실은 격차가 1%포인트 안으로 좁혀지자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의원들이 돌아와 자리를 채우는 등 활기를 찾았다.
처음으로 윤 후보가 앞서 나가자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들어 환호했다. 상황실에서는 “이겼다”, “정권교체”, “윤석열 대통령”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 청년 보좌역들은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따라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윤 후보가 표 차를 벌리면서 근소하지만 격차룰 계속 유지하자 여야 상황실에서는 더욱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전 2시15분께 KBS가 윤 후보에 ‘당선 유력’을 띄우자 국민의힘 상황실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같은 시각 민주당 지도부는 숨소리조차 멎은 듯 고요함 속에 ‘유력’이 떠 있는 개표 방송 화면만 멍하니 응시했다. “하이고…” 탄식 소리도 들려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