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내 휘발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최근 4달러선을 돌파한데 이어, 끊임없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LA 지역의 경우 갤런당 7달러를 훌쩍 넘은 곳도 있다. 뉴욕에서는 이미 이달 초 일반용 휘발유가 갤런당 4달러를 넘었다. 지난 2014년 여름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비교적 휘발유 가격이 싼 애틀랜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초 갤런당 3 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휘발유 가격이 2개월 만에 무려 1달러 이상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달러나 올랐다.
이에 따라 각 주유소에선 아침부터 주유를 하기 위한 차량행렬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그야말로 패닉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출퇴근하거나 마켓에서 장보기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 외에는 자동차 사용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를 가속화하면서, 가뜩이나 공급망 붕괴, 물류 대란, 원자재 부족 등에 국제유가 급등세까지 겹쳤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계 전반에 걸친 공급 차질로 전국 휘발유 가격은 상황변화가 없는 한 갤런당 4.5달러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극약처방으로 러시아에 대해 원유 금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방 의회도 초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한 것이지만,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르는 유가에 기름을 부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실생활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른다.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말 유가가 185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수입 금지로 인해 미국 역시 유가 상승 등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푸틴의 전쟁’이 주유소를 찾는 미국의 가정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며,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원유 수입국이자 수출국이다. 가격이 상승해도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이다. 따라서 높은 휘발유 가격은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기 쉽고, 개인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선 연방준비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려, 선제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휘발유 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뜩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민주당에게 치명적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선거에선 국제문제보다 경제가 우선이다.
이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수순이다. 그렇다면 백악관이 생각하는 타개책은 무엇일까?
바이든 주장대로 이번 위기를 기회로 더 저렴한 청정 에너지로의 대체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잠정적으로 유류세를 인하, 가격 상승폭을 줄이는 것도 단기적 방편이다. 전자는 시간이 필요하고, 후자는 적자에 허덕이는 연방 세수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다.
‘유막에 계책을 두르고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신의 한수’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