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3000m 밑으로 침몰한 영국 목조선이 10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해양 고고학자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탐사팀이 남극 웨들해에서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목조선 ‘인듀어런스’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인듀어런스는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탔던 목조선이다.
대원 27명과 함께 남극대륙 횡단에 도전했던 섀클턴은 1915년 남극 대륙 150㎞ 앞인 웨들해의 얼어붙은 바다 한가운데서 난파됐다.
섀클턴은 얼음에 갖혀 부서진 배를 포기한 뒤 구명정으로 1200㎞가 넘는 얼음 바다를 항해해 구조를 요청했다. 결국 섀클턴의 탐사팀은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조난 634일 만에 모두 구조됐다.
당시 얼음의 압력 때문에 선체가 크게 손상된 인듀어런스는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후 인듀어런스는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침몰 선박으로 불렸다.
탐사팀이 발견한 영상에 따르면 인듀어런스는 107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탐사팀에 참가한 고고학자 멘선 바운드는 나무를 부식시키는 미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남극해의 수온이 낮기 때문에 목조선이 침몰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남극해에서 활동에 착수한 탐사팀은 하루에 12시간씩 초음파 탐지기가 장착된 무인잠수정을 이용해 해저를 훑었다.
인듀어런스 잔해를 발견한 탐사팀은 무인잠수정에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해 모습을 담는 데 성공했다.
인듀어런스는 남극조약에서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됐기 때문에 탐사팀이 영상을 찍는 것 외에 인양 등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