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미국에서 대졸 초임이 이른바 ‘억대 연봉’에 이르게 되면서 이와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월가 투자은행(IB)과 대형 컨설팅회사, 정보기술(IT) 회사에서는 대졸 초임으로 10만달러 이상을 주고 있다.
IB 중에선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이 이미 지난해 1년차 애널리스트들에게 10만달러를 줬고,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 회사들도 대졸 초임이 1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 10만달러 이상의 6자리 숫자를 뜻하는 ‘식스 피겨'(six figure)는 한국의 ‘억대 연봉’과 같이 고소득을 상징한다.
이는 특정 사무 전문직에서 주당 70시간 이상의 근무와 강도 높은 성과 평가를 거쳐야만 받을 수 있는 연봉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직이 처음부터 ‘VIP 대접’을 받는 것에 불만이 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2016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IB에 취직했던 밀리 왕은 “동료 직원들로부터 많은 불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초임으로 8만5천달러를 받았다.
밀리 왕이 다녔던 IB에 들어가게 된 한 대졸자도 “대학을 막 졸업한 이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미친 것 같다”고 인정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연 소득 중간값은 약 4만2천달러다. 이들 대부분은 결코 10만달러 연봉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WSJ은 이런 임금 인플레이션이 벌어지게 된 요인으로 현재의 구인난을 꼽았다.
연방정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 노동력은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해 55만5천명이 부족하다. 많은 전문직 경력자들이 조기에 은퇴하거나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컨설팅 업계에서 구직 자문회사를 설립한 시디 코네는 “지원자가 또 다른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말하자 이 지원자에게 채용 보너스를 배로 올린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구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