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한인타운의 중심지인 귀넷카운티의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 지난달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의 서명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센서스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구 인구를 균등하게 조정하는 이번 절차에서 귀넷 유권자 40%가 새로운 선거구에서 투표하게 됐다. 한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화라면 역시 교육위원 선거일 것이다. 5명으로 구성된 교육위원은 교육감을 선임하고 귀넷 공립학교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권한을 지닌다.
귀넷 교육위원회는 몇십년간 백인 공화당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 민주당 당선자가 꾸준히 나왔고 교육위원 5명중 다수인 3명을 흑인이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구 재조정으로 인해 교육위원 후보자 정당 공천제가 없어지고, 선거일자도 11월 8일 본선거가 아닌 5월 24일 예비선거 일자로 바뀌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구 재조정으로 최소 1명 이상의 교육위원 당선자를 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위원회의 다양화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캐런 왓킨스와 타레스 존슨 등 흑인 교육위원은 한인 및 이민자 학생을 배려하는 입장을 펼쳤으며, 지난 3월 애틀랜타 총격사건 추모 행사에도 계속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귀넷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아시안 이민자 역사를 반영하는 한인들의 입장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선거구 재조정에 따라 귀넷 및 메트로 애틀랜타의 교육환경은 오히려 극단적 정치의 무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런 조짐은 지난해부터 보이고 있다. 당시 귀넷카운티 교육위원 회의에는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보수파 부모들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큰소리로 시위를 벌여 회의가 정회된 적이 있다.
조지아 청년정의연합(Georgia Youth Justice Coalition) 의 무슬림 학생인 마리야 시크(Maariya Sheikh)는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학교에서 벌어지는 흑인 유태인 학생 대상 괴롭힘을 예로 들면서, “새로운 선거구 조정은 다민족 주민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억압하며 주민들을 침묵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귀넷, 캅, 애슨스 학교에 다닌 새디 매킨타이어(Sadie McIntyre) 학생은 “로렌스빌, 애슨스, 파우더 스프링스 주민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대표자를 선출해 지역 학교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로라 저지(Laura Judge) 캅카운티 공립학교 학생 학부모는 지난해 선거구 재조정 공청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카운티 커미셔너부터 교육위원까지 선출직 공직자들이 투표자의 민심을 반영하려면 공정한 선거구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조지아 주민들은 현행 선거구 재조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권 침해는 우편투표 방해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지역 선거구 조정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안나 데니스(Aunna Dennis) 비영리단체 커먼코즈 조지아 소장(Common Cause Georgia)은 지적하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은 이처럼 정치인 선출 뿐만 아니라 공립학교 교육을 비롯해 일상생활, 쓰레기 수거, 물가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 진행되는 조지아주 선거구 재조정 소송과정 및 5월로 다가온 예비선거와 11월 본선거에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