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주 행정당국이 100년 전 숨진 10대 흑인 소년의 사인이 애초 알려졌던 ‘자살’이 아니라 잔인한 폭력에 의한 ‘린치’였다고 공식 인정했다.
15일 지역언론과 NBC방송에 따르면 인디애나 주도(州都) 인디애나폴리스를 관할하는 마리온 카운티 검시소는 100년 전인 1922년 3월 16일 사망한 조지 톰킨스(당시 19세)의 사인을 ‘린치에 의한 살인’으로 정정하고 지난 12일 새로운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다.
앨피 맥긴티 검시소 부소장은 “100년 후에라도 사실을 바로 잡고 톰킨스를 추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일 오전 7시 30분께 걸어서 집을 나선 톰킨스는 6시간30분 만인 오후 2시께 인근 숲에서 나무에 목이 매달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두 손이 허리 뒤로 묶인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사법 당국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그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 짓고 수사를 종료했다. 이어 이틀 만에 시신이 매장됐다.
인디애나주 볼스테이트대학의 필 브레멘 교수는 “그의 시신이 묻히기도 전에 린치 사실이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검시관인 레베카 슈럼 박사는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스스로 목을 맬 수가 없다. 그러나 톰킨스의 사망 진단서에는 그의 죽음이 타살이 아닌 자살로 기록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톰킨스 사망 원인 재규명은 시민단체 ‘인디애나 추모연합'(IRC)이 이끌었다. IRC는 “톰킨스 사망 사건은 당연한 듯 무시됐다. 이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지역사회가 더 큰 정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정의를 실현할 뿐 아니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인디애나폴리스 서부 플로럴 공원묘지의 톰킨스 묘역에는 새로운 비석이 놓였고, 많은 사람이 찾아와 꽃을 놓고 가고 있다고 지역매체 WTHR는 전했다.
조 호그셋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은 “톰킨스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정의를 적용받지 못했다. 사실이 밝혀지는 데 100년이나 걸렸다”면서 “나를 비롯한 행정·사법 당국자들이 모든 주민을 위해 형평성 있는 정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이달 초 형사 처벌 권한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인에게 임의로 가하는 사적 형벌(私刑), 즉 린치를 연방 증오 범죄로 규정한 ‘반(反) 린치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사망 또는 부상을 초래한 린치를 ‘인종차별 또는 편견에 근거한 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를 최고 징역 3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린치 금지 입법 노력은 의회에서 200여 차례나 무산된 끝에 결국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표하면 시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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