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지만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선잠으로 밤새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한 날에는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종일 고단하다.
18일은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이다. 세계수면학회는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春分·vernal equinox)이 오기 전 금요일(북반구 기준)을 세계 수면의 날로 정하고 있다. 올해 슬로건은 ‘편안한 잠, 건강한 마음, 행복한 세상'(Quality Sleep, Sound Mind, Happy World)이다.
◇ 수면의 질을 낮추는 원인은 뭘까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면 우선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수면 위생은 적절하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과 생활 습관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수면 질 저하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피하기, 자기 전 과한 수분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이 대표적인 수면 위생이며, 이런 정도만 제대로 지켜도 수면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수면 위생을 모두 준수했을 때도 수면의 질이 나쁘다면,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수면 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 질환을 의심하고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
◇ 술 마시고 자면 푹 잘 수 있나
잠들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게 잠들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음주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특히 과음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더 악화시키다. 이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면 수면 중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뇌가 산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므로 수면의 질이 나쁜 것이 당연하다.
술을 마시는 이유가 숙면을 위해서라면 우선 수면 위생을 지키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먼저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불면증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자기 전에 운동하면 잠이 잘 들 수 있나?
자기 전에 운동 등으로 몸을 혹사하면 잠을 깊이 잘 수 있다는 생각도 오해다.
잠이 드는 시간 바로 직전에 운동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서 몸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가 되고 더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만약 운동을 통해서 숙면을 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최소한 서너 시간 이전에 운동을 마치는 게 좋다. 이후에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자세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나
수면 자세에 따라서 수면의 질은 물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하늘을 쳐다보고 정자세로 누워서 자면 중력에 의해서 혀 등이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숨을 쉬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수면무호흡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앞선 연구에서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수면 자세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위는 몸 왼쪽에 있으므로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자면 위가 몸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자세에서는 중력에 의해 위산은 아래쪽에 머무르고 위쪽으로 올라올 수 없으므로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나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 정도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적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시간이 모자란다는 증거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 판단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잠을 통한 휴식은 뇌에 쌓여있는 일종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잠은 본인이 조절할 수 없으므로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면 결국 잠을 자야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이는 ‘수면 부채’는 결국 해소하지 못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유의해야 한다.
다음은 질 높은 수면을 위한 다섯 가지 생활 수칙이다.
※ 질 높은 수면을 위한 다섯 가지 방법
① 자기 전 스마트폰, TV, 노트북 등 밝은 빛이 나오는 기기를 오랫동안 보지 않는다.
②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있지 않는다.
③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난다.
④ 자기 전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는 피한다.
⑤ 자기 전 과식, 과한 수분 섭취를 피한다.
연합뉴스. 도움말-대한수면학회장 서울아산병원 정유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