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조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5월 10일 취임 후 관계 복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차기정부의 외교 향방에 따라 동아시아의 세력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자유진영과 권위주의 체제간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도 조만간 이 불똥이 튈 것이라는 게 국제정치학자들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마침 윤 당선인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의지가 강하다. 그는 후보시절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래한 ‘경제안보시대’를 맞아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집권 후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핵심 원료·부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중국과는 일정 수준의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나 의존도는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과의 협력에 보다 무게를 실은 것이다. 상황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외교정책기조는 최소한 앞으로 5년간 유지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는 ‘한반도 균형자론’과 ‘전략적 모호성’이다. 한반도가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상황에서 이상적인 정책이다. 그렇지만 주변정세를 살펴볼 때, 현재로선 시기상조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국력이 더 커졌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균형자 역할은 A와 B 사이에서 누구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때, 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혼돈의 시기에 걸 맞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
흔히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뜻)’이라고 하지만 최근 중국시장엔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들은 앞다퉈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경제안보가 시장에서 먼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차기 한국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9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지 5시간만에 통화한 것이 그 반증이다.
실제 미국은 핵심 전략물자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입장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제조기술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선직후 미국 정부가 새 경제안보동맹,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서를 한국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중국을 견제하기위한 포석에서 나온 것이다.
IPEF는 환경, 디지털, 노동 등 분야에서 국제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동맹의 성격이 짙다.
사실 쿼드(QUAD)는 정치군사 안보동맹으로 우리 잎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쿼드를 안전판으로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달부터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두 나라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4년째 연합훈련을 실제 기동훈련 없이 진행하고 있다.
한미관계는 오는 6월 서울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밀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시지탄이다. 늦었지만 더 늦은 것보다는 빠르다. 한미관계가 예전의 혈맹처럼 다시 굳어져 남북통일의 기반을 다졌으면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듯이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한 아무도 도와주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우리를 도와주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두나라간 전략적 경제안보협력 강화는 미주한인들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통일에도 기여할 것임은 물론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며 무력도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