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명시한 유엔총회 결의안이 또 채택됐다.
유엔은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위기에 관한 결의안을 찬성 140표, 반대 5표, 기권 38표로 채택했다.
한국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찬성 대열에 동참한 반면, 북한은 지난 2일 철군 요구 결의안 때와 마찬가지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러시아와 북한 외에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가 반대했고, 기권한 국가 중에는 중국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가 직접 발의한 이번 인도주의 위기 결의안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적대 행위로 인한 심각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개탄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마리우폴을 포함한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포위·포격·공습,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 학교와 의료·보건·교통시설 등에 대한 공격, 우크라이나 지방 관리 납치, 외교·문화 시설에 대한 공격을 그 사례로 열거했다.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벌인 군사 공격과 그 결과로 발생한 인도주의적 상황이 유럽에서 수십 년간 본 적이 없는 규모”라며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과 민간인 보호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병력을 즉각, 무조건으로, 완전히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절대다수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일으킨 러시아의 책임을 인정한 만큼 강한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리를 우회해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비판할 수 있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왔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역시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통과된 바 있다.
이날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자국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지 하루 만에 통과된 것이다.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결의안에 찬성한 러시아 이외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총회에는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결의안도 함께 올라왔으나, 찬성 50표를 받는 데 그쳐 부결됐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약식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오늘 또다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당하고 이유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하나로 단결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명히 말한 대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