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2004년 어느 날, 난생 처음으로 밟은 아틀란타 공항검사대를 지나는 중이었다. “헉! 왜 소리가 울리지? 걸릴 게 없는데” 약간의 긴장감이 엄습했다. 아틀란타로 부터 플로리다까지 가는 코치 여행이 잡혀있어 일단 밖에서 동행할 그룹을 만나야했다.
저쪽으로 부터 “ 이리 나오시요” 하며 검열관이 달려왔다. 별것 아닌 바지 멜빵고리가 원인이었다. “하, 바지 멜빵 하고 다니는 사람은 당신과 Larry King/ A veteran CNN anchor 두 사람 밖에 못 봤는데, 가시오” 하며 쉽게 놓아(?) 주었다.
부랴부랴 뛰쳐나와 그룹 행렬에 가담하고 보니 우연히도 제일 먼저 찾는 곳이 Larry King의 CNN방송국이었다. 늘 가졌던 호기심대로 CNN은 로비에서 부터 번쩍거리는 시설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역시나, 전통적이라기보다는 흥행위주의 방송국임이 저절로 묻어났다. Larry King이 주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뒤로하고 이어 밖으로 나왔다.
와우, 기대하지 않았던 1996년의 올림픽 기념공원이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지 않는가? 반가움이 앞서면서 얼핏 Car park 폭발로 얼룩졌던 올림픽이 스쳐갔다. 그 사건만 없었어도 깨끗하고 훌륭한 올림픽이 되었을 텐데……
Peach this Peach that… 코우치를 타고 거리를 도는데 가는곳 마다 Peach로 시작되는 거리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복숭아 이름 하나로 이 많은 거리 이름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우체부들이 우편배달 하는데 상당히 골치 아플 거라는 생각으로 은근한 동정이 솟구쳤다.
갑자기 가이드가 무성한 나무들로 가려진 저택을 가리킨다. “저기가 Elton John 의 자택입니다” 와, Elton이 부자긴 부자인가 보다. 세계 곳곳에 저런 저택들을 펼쳐놓고 사니… “어! 그러고 보니 Elton John이 낳고 자란 동네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같은 동네잖아?” 라는 생각에 머물자 마치 동향 사람을 이역만리 떨어진 여기서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빨간 벽돌의 교회 앞에 멈췄다. Ebenezer 침례교회. 시민운동을 앞장서다 저격당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였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작았지만 탄탄하게 잘 지어진 교회로써 전통이 빼곡하게 잘 배어 있어 보였다. 1960년대 그 유명했던 시민운동가를 잃어버려서 일까? 보이지 않는 아픔들이 곳곳에 서려 있는 듯 했다.
잠깐 시내를 도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여기저기를 활보하는데 길가에 의외로 많은 걸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순간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You Pan-handlers” 하면서 소리치며 지나갔다. 무슨 뜻일까? 호기심이 발동해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매니저에게 왜 걸인들을 Pan-handlers라고 지칭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설명인즉슨 그곳의 대부분 걸인들이 플로리다 주에서 넘어 왔단다. 플로리다 지도가 Pan-handle/ 후라이판 손잡이처럼 생겨서 플로리다인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참으로 적절하고 흥미 있게 잘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했지만 걸인들을 향해 경멸되게 불리는 것이 좀 아쉬웠다.
시내를 벗어나서 찾은 Stone mountain은 역시 조오지아의 명산일수 밖에 없는듯. 커다란 돔 형태의 돌덩어리 산이 덩그러니 벌판 한가운데 위엄의 자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가히 볼만 했다. 그냥 커다란 민둥바위라서 실감은 안 났지만 해발 상으로는 서울 남산의 거의 2배의 높이정도이며 지구상에서 표면에 드러난 가장 큰 화강암이란다. 케이블 카에 의존해 정상에 오르니 모든 걸 다 장악한 듯한 작은 정복감으로 신비감마저 앞섰다. 주위에 여기저기 어린 학생들이 그룹져 움직이는 모습이 잡혔다. 야외학습을 나온 듯 선생님의 지도하에 움직이는 어린 학생들의 질서정연한 매너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틀란타 – 딕시랜드의 문턱이자 세계적인 문호 마가렛 밋첼의 고향. 한때 휘몰아친 남북전쟁의 살육으로 얼룩졌던 도시의 배경을 토대로 거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탄생시키지 않았던가? 그녀의 유일한 작품으로 플릿처를 수상한 대하소설.
끝으로, 이러한 역사적인 도시에 자리매김 하여 끊임없이 확립해 나가는 애틀란타 한인 문학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신인문학상 수상을 토대로 애문회 열차에 편승하게 됨이 가히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아울러 애문회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기꺼이 보태어 나가고 싶다.
강창오
-영국 유학
-BBC방송국 Personnel, Journalist Training & Occupational Health Depts.
-TheBritish Library, Oriental and Indian Office Collections
-재직시 The Poetry Society(London)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