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국의 핵 위협에 대해서만 핵을 사용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 폐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는 이날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핵무기의 ‘단일 목적 정책’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일 목적 정책은 미국의 핵무기를 적대 국가의 핵 공격 억지나 반격에만 사용하도록 사용처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공약이 폐기된다는 것은 생화학 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적대국에도 미국이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핵 억지용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선 생화학 무기나 재래식 무기는 물론이고, 사이버공격을 감행한 상대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 폐기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유럽 등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동맹국들은 미국이 단일목적 정책을 도입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러시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의 불안을 잠재우고, 러시아에 대한 동맹국의 단합된 대응을 끌어내기 위해 공약 폐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면 동맹국과 협의해 핵무기 사용처를 제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핵 위기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이 같은 공약이 폐기됨에 따라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은 강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