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동 책임론에 휩싸인 작년 1·6 의사당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화기록에 7시간 넘게 공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와 CBS 방송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년 1월 6일 통화기록엔 오전 11시 17분부터 오후 6시 54분까지 7시간 37분간 공백이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일지와 교환원을 통한 통화 기록을 공식적으로 보관했다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하게 돼있다. 1·6 폭동의 진상 조사에 나선 하원 조사특위는 이 통화 기록을 확보했다.
이 기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일 오전 최소 8명, 저녁때 11명과 통화했다고 나오는데, 그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그간 다른 보도들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CBS 등의 지적이다.
1·6 의사당 폭동은 2020년 11월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작년 1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상·하원 합동 회의를 저지하려고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이로 인해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는가 하면, 당일에만 경찰 1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700명이 넘는 가담자가 기소됐고, 폭동 전 의사당 주변에서 지지층을 상대로 연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2021년 1월 6일 백악관 근처 엘립스 공원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대선 불복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저항을 촉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뒤늦게 시위대를 향해 평화 시위와 귀가를 당부했는데, 이는 트럼프 본인의 의지보다 주변 인사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며 경고한 영향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많았다.
당일 통화 기록에 7시간 넘게 공백이 생긴 것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포폰’을 포함해 임시 휴대전화인 ‘버너폰’을 사용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하원 조사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일 보좌진의 전화나 버너폰으로 알려진 개인 전화기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편법 내지 꼼수를 썼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나는 버너폰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아는 한 그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CBS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버너폰이라는 단어를 여러 회의에서 사용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가 조사되지 못하도록 사람들이 버너폰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