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권에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표기하는 것을 공식 도입했다.
국무부는 트랜스젠더의 날인 3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내달 11일부터 여권 신청서에 남성과 여성 이외 제3의 성인 ‘젠더 X’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젠더 X’는 논바이너리(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나 간성(남성이나 여성의 정의에 규정되지 않은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 성별 구분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도입됐다.
국무부는 내년부터는 여권 이외 다른 서류에도 ‘젠더 X’를 추가할 방침이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X 젠더는 성별 구분으로 특정되지 않거나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된다”며 “이 같은 정의는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해 6월 미 여권 신청 시 남성과 여성 구분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들이 선택한 것이 다른 신분 증명서에 표기된 것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의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무부는 향후 여권 및 해외 출생증명 등에 제3의 성을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놓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일부 주에서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플로리다를 비롯한 일부 보수 성향 주에서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대한 수업을 금지하고, 이외 학년에 대해서도 적절한 나이가 될 때까지 해당 교육을 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오클라호마와 애리조나 등 일부 주는 트랜스젠더 소녀들이 여성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젠더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공화당의 시도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대법관 지명자인 커탄지 잭슨 후보의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목도됐다.
당시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테네시)은 잭슨 후보에게 트랜스젠더의 권리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의하며 여성의 정의를 물었고, 히스패닉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자신이 아시아인이 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