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스웨덴 연구팀 “냄새 선호도는 문화적 학습과 무관”
거주 지역이나 문화권과 관계없이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향은 바닐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4일 이러한 내용의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연구팀 공동 실험 결과를 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때때로 너무 무난하고 심심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바닐라가 문화적인 배경과 무관하게 다른 향기를 제치고 1위에 꼽혔다.
연구팀은 세계 9개 문화권 235명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미국, 멕시코, 태국의 도시 거주민을 비롯해 남미 산악지대 농부, 동남아 열대우림 지역의 수렵채집인, 중미 태평양 연안 어촌 주민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사는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실험에는 10가지 냄새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세계의 모든 냄새를 대표하기 위해 냄새와 관련된 약 500개 분자를 분석한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0가지를 골랐다.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초에서 추출한 바닐라 향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복숭아와 라벤더가 2위와 3위에 올랐고 정향(클로브), 장미, 버섯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불쾌한 냄새로는 땀에 젖은 발 냄새가 꼽혔다. 이 밖에 풋고추, 톡 쏘는 마늘, 썩은 생선 냄새도 하위권에 속했다.
참가자들은 각 냄새가 나는 화학물질의 향을 맡고 다른 냄새와 비교해 순위를 매겼다. 평가는 9개 지역에서 일관된 추세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후각을 가지고 같은 종류 냄새를 본능적으로 좋아하는지, 아니면 냄새에 대한 호불호가 문화적으로 학습된 것인지 살펴보고자 진행됐다.
연구팀은 “지역, 언어, 음식과 관계없이 호불호가 비슷하게 나타난 것은 문화적인 요소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개인적인 요소에 따라서는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냄새에 대한 선호도가 인간의 생존과 연결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인간의 후각이 독성 식물과 관련된 특정 냄새는 거부하고, 먹어도 안전한 식물의 냄새는 좋아하게 되는 식으로 발달했다는 추론이다.
연구팀은 “이제는 인간이 분자 구조에 따른 향에 대한 보편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다음 단계는 특정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