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시스템 현대화와 미래를 위한 변모의 첫 걸음 차원에서 CDC가 향후 1개월 간 전면적인 검토와 평가를 거칠 것이라고 4일 발표했다.
월런스키 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CDC 안팎에서 받은 피드백,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에 비춰볼 때 지금이야말로 공중보건의 미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CDC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전략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공중보건의 최전선으로 평가되는 CDC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서 보인 거듭된 실수로 몇개월 동안 따가운 눈총을 받은 이후 나온 것이다.
CDC에 대한 검토·평가 작업은 오는 11일부터 짐 맥러 미 보건자원서비스국(HRSA) 국장대리 주도로 이뤄진다.
데브 후리 CDC 수석부국장 서리를 비롯해 CDC 고위 간부 3명이 CDC 조직에 대한 피드백을 모아 전략적인 변화를 위한 제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월런스키 국장은 밝혔다.
월런스키 국장은 이번 검토·평가의 초점은 공중보건 인력, 데이터 현대화, 의료 형평성, 질병 창궐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 CDC의 핵심 역량에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집단적인 노력’을 거쳐 CDC는 재정비 계획을 마련하고,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란 게 월런스키 국장의 설명이다.
CDC의 한 대변인은 이와 관련,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조직의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포함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DC는 오랫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공중 보건 향상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타국의 과학자들도 CDC 전문가들에게 훈련을 받고, CDC의 규범은 전 세계 보건 당국에서 ‘교과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CDC의 기반 시설은 미국의 공중보건 시스템이 그러하듯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방치되어 왔고, 코로나19 팬데믹은 CDC에 유례없는 도전으로 작용했다고 NYT는 짚었다.
가령, 팬데믹 초기 CDC가 감염자 추적·격리에 필요한 진단장비 개발에 실패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면서 미국은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CDC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데에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일정 부분은 소속 과학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신속하게 인지하지 못한 탓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월렌스키 국장이 작년 5월 백신 접종자의 경우 실내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한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불과 몇 주 후 백신 접종자도 돌파 감염될 수 있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오랫동안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정치적 요구에 타협해 작년 12월 확진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닷새로 단축하는 등 방역 기준을 완화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등 CDC는 팬데믹 기간 내내 크고 작은 비판에 시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