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노동력 증가의 견인차인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미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수년간 연간 100만명 정도의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왔지만, 2020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12개월간 이민자 수는 24만7천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이민자 수의 절반 수준이며 2016년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이민자 감소는 2017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사관 폐쇄 등으로 비자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민자 수가 급감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보내는 멕시코와 도미니카 공화국·베트남·필리핀·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 건수는 2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나 급감했다.
여기에 취업비자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던 외국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이 지연되는 것도 외국인 노동자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미국 시민이민국(USCIS)의 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160만명이나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비자를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
USCIS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통상 3∼4개월 만에 취업비자를 갱신해줬지만, 지금은 처리 기간이 9∼11개월로 늘어난 상태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데이비스)의 노동경제학자인 조반니 페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의 이민정책이 지속됐더라면 지금보다 생산연령 이민자가 240만명 정도 더 많이 미국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페리는 이는 미국 내 전체 생산연령 노동자의 1%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현재의 구인난에 외국인 노동자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컸던 산업일수록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17.2%에 달했던 보건복지 분야는 현재 9%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이다.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28%에 이르는 건설 분야의 인력도 4.8% 부족한 실정이며 운송·창고·유틸리티 업종의 비어있는 일자리도 6.6%에 달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구인난 해소를 위해 계절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임시 취업비자를 올해 5만5천개로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또한 비자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비자 심사 때 유학, 취업 등 비 이민자 항목에 해당하는 일부 신청자들의 대면 인터뷰를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5분의 1 정도의 미국 영사관이 아직 대부분의 비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비자 업무를 하는 영사관들도 그동안 쌓인 750만명에 이르는 비자 신청으로 인해 신속한 비자 발급이 힘든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