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얼굴 근육이 인간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표정을 짓기 쉽도록 늑대와는 다르게 진화해 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NBC뉴스가 6일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듀케인대학 생물인류학자 앤 버로우스 교수와 동물생리학자 케일리 옴스테드 교수팀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2년 실험생물학 총회’에서 개 얼굴 근육의 66∼95%가 수축이 빨라 즉각적인 표정 변화에 유리한 속근(fast-twitch muscle)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늑대는 얼굴 근육에서 속근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5% 정도이고 나머지는 수축이 느린 지근(slow-twitch muscle)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앞서 수년 전 개의 눈 윗부분에 눈이 커 보이게 할 수 있는 근육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근육을 이용해 사랑스럽고 순진해 보이는 강아지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 같은 근육 변화는 개의 얼굴이 인간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유리하도록 해부학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얼굴 근육에서 속근 비율이 월등히 높은 개는 늑대보다 자신들의 감정을 주인에게 전달하는 데 더 효율적이었고, 개를 길들이던 시기의 인류 조상이 이런 개를 선호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간과 개를 포함해 모든 포유동물의 근육은 미오신이라고 하는 섬유단백질 수백반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근육에는 수축 속도는 빠르지만 지구력이 약한 속근과 수축 속도는 느리지만 지구력이 좋은 지근이 섞여 있다.
사람의 얼굴 근육들은 속근 비율이 월등히 높아 생각이나 감정을 표정에 바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표정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등에 있는 근육에는 지근이 월등히 많아 빠르게 수축할 수는 없지만 무거운 하중을 오래 견딜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개 얼굴 근육의 속근 비율은 적어도 얼굴 근육 면에서 개는 늑대보다 사람에 더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버로우스 교수는 이것은 4만여 년 전 인류의 조상이 개를 길들이면서 사람에게 가장 반응을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를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개는 점점 더 빠르게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의 얼굴 근육 변화에는 인류의 조상이 늑대처럼 울부짖는 것보다 짖는 소리를 통해 위험을 알리는 데 더 유용한 개를 선호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개가 짖을 때는 속근이 사용되지만 늑대가 울부짖을 때는 지근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얼굴 근육 변화가 길들여진 동물에서 모두 나타나는 건 아니다. 길들여진 말·고양이의 얼굴 근육은 야생 말·고양이와 비교할 때 차이가 개와 늑대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로라도대 진화생물학·동물행동학자인 마크 베코프 명예교수는 그러나 “사람이 키운 코요테나 늑대도 인간과 잘 소통할 수 있지만 누구도 개와 비교해 소통 능력을 연구한 적은 없다”면서 “개의 얼굴 근육이 개의 성격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