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리를 절어요?” 같이 골프치는 동료가 물었다. “발이 아파서 그래요.” “그럼 병원에 가보아야지, 무리하면 안돼요!” “좋은 발 전문의사 누구 알아요?” “먼저 가정의한테 가봐요. 전문의사 필요하다면 가정의가 추천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동료는 은퇴한 의사다.
왼발 엄지 발가락 뿌리 부분 색깔이 붉고 도톰하게 부었다. 가정 의사 선생님이 붉고 도톰한 부분을 살살 만지니 아프다. “통풍이네요.” “통풍요?” 나는 의아해서 되물었다. 그는 바르는 약의 샘플도 주고 먹는 약의 샘플도 주며 내가 가는 약방으로 처방전을 보낼 터이니 약을 찾아 규칙대로 먹고 바르라고 했다.
5년전에도 비슷하게 발이 아파, 인터넷에 비슷한 증상의 병을 찾아보니 통풍 같았다.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 통풍, 영어로 gout, 알렉산더 대왕, 루이 14, 헨리 8세등 유명한 제왕들이 앓아서 제왕들의 병으로도 알려졌다. 오줌 속의 산성, 요산이 오줌을 통해 다 몸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관절 부위에 쌓여 소금 결정처럼 결정체가 되어 모서리가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이 생긴다고 한다.
통풍은 몸의 다른 관절에도 생기나 엄지발가락 뿌리부분에 잘 생긴다고 한다. 요산을 많이 만드는 음식들의 대표는 맥주와 술들, 동물의 고기들과 특히 동물들 내장 고기, 멸치, 정어리 등 물고기와 조개들, 식물 식재료 중에는 버섯, 콩 등이라고 한다.
전에 발 통증이 왔을 때 통풍이라고 생각하고 발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이것 저것 진단을 한 결과 내 발병은 통풍이 아니라 발바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병, 족저근막염이라고, 재활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발바닥 근육의 병도 많이 늘어난다고 했다. 재활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으며 집에서도 비슷하게 혼자 훈련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병원에 다녀오고 난 후에 통증이 조금씩 나아졌다.
“통풍 같아요” 하던 의사 선생님의 말, 그래, 나는 족저근막염이 있는데다, 통풍까지 겹쳐진 것 같다. 처방 약을 타다가 지침대로 아침 식사 때 한 알, 저녁 식사 때 한 알 먹었다. 그리고 젤리 같은 약을 아픈 부위에 발랐다. 밤에 욱신대던 통증이 완화되었다.
그런데 배가 아팠다. 속 가슴이 갑갑하고 쓰리고 아팠다. 오랫동안 약이라고는 안 먹고 살아오는 동안 익숙하고 편안 하던 위에 반란이 일었다. 위의 통증이 발 통증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은퇴하신 의사분의 말을 듣고 약방에 가서 미란타(Mylanta)라는 제산제를 사다가 먹어보니, 입맛부터 시원하고 조금 지나니 아프던 배가 편해졌다. 통풍 처방약은 계속 먹으라는 충고에 따라 잠시 끊었던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제산제를 먹으니 배 아픈 것은 좋아졌는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침에 변을 보는데, 변비가 되어 힘을 써도 변이 안 나온다. 안 나오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참고 기다리며 힘을 쓰니 돌덩이 같이 단단한 변이 나온다. 시원하다. 그래 고작 열흘치의 처방약, 그 약은 꼬박꼬박 먹자고 다짐하고, 약을 먹고, 제산제를 먹고, 아침마다 대변을 볼 때는 고통을 감수했다. 발의 통증은 없어졌다.
군대가서 유격 훈련으로 밤낮 강행군 할 때, 발 바닥이 아파 쩔쩔매면서도 걸어야 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늙어가면서 발 통증이 자주 온다. 해변에서 벗은 맨발을 다른 사람들의 맨발과 비교해 보니 내 발은 작고 약하게 생겼다. 그런 약한 발이 이 나이 되도록 혹독한 노동과 운동, 동서양을 오가며 바쁘게 산 나의 삶을 위해 헌신한 숨은 공로, 아파보고 나서야 지금은 고맙게 느껴진다.
가끔 발 마사지를 하며 발아 고맙다고 고백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고마운 발을 감사하며 무리하게 혹사하지 않겠 노라 다짐한다.
배가 아파 제산제를 먹고서 아픔이 가고 나서야, 수많은 평생의 날들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평안함으로 나를 살려온 위의 고마움이 느껴진다. 음식을 소화하는 화학공장인 위가 있기에 먹은 음식이 내 힘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살리면서도 아무 반란도 통증도 없이 살아온 많은 날들이 고맙다.
매일 아침 아무 고통 없이 변을 보게 하는 내장, 변비를 앓으며 그 고통을 느껴보고 서야, 그 많은 세월동안 시원하게 배변하도록 돕는 내 몸의 일부가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봐야 소중함을 느끼는 소중한 몸의 부분들이 헤아려보면 얼마나 많은가? 아픔없이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은혜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