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거주하는 카를라 핀나키오(55) 씨는 18년 동안 함께 살던 동거인과 헤어진 뒤 노숙자 신세가 됐다.
그는 반려견과 함께 자신의 오래된 픽업트럭에서 밤잠을 청하고 있다. 척추 수술 후 매달 800달러씩 나오는 장애 수당으로는 들어갈 만한 집을 장만하기엔 역부족이어서다.
부동산 사이트인 ‘아파트먼트리스트 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월세가 33%나 치솟은 탓에 피닉스에서 방 하나짜리 집의 평균 월세는 1천220달러에 이른다.
핀나키오 씨의 예처럼 팬데믹 기간 실직과 이혼, 가족의 사망, 건강 문제 등으로 갑자기 거주지를 잃고 노숙자로 전락한 50세 이상 연령층이 늘어나며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10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애리조나 최대 노숙자 쉼터의 사회복지사인 켄드라 헨드리는 “고령 노숙인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은 꼭 정신적 질병이나 학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월세가 올라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헨드리 씨가 일하는 쉼터에 머무는 사람의 약 30%는 고령자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고령 노숙인 수는 향후 10년간 약 4배가 될 것으로 학계는 전망한다.
펜실베이니아대는 지난 30년간의 인구자료를 근거로 연구한 결과 노숙을 경험한 65세 이상의 미국 인구가 현재 4만 명에서 2030년에는 1만6천명으로 4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부터 뉴욕에 이르기까지 주요 도시의 정책 입안자들은 점점 더 늙고, 건강은 악화하고,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베이비붐 세대(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부터 약 20년간 태어난 세대)를 수용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려고 부심하고 있다.
이런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주거 시설이 앞으로 점점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취약인구센터의 마고 커셸 소장은 미국의 고령 노숙자 수만명 가운데 약 절반은 ‘생애 최초 노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은퇴는 이제 더는 ‘황금빛 꿈’이 아니다. 저소득 노동자 상당수가 은퇴와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노숙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히 퇴직연금이 없는 현재 나이 50대 후반∼60대 후반인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에게 해당한다. 미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55∼66세의 남녀 가운데 약 절반이 은퇴에 대비한 예금이 없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미국에서 7천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최고령 베이비부머가 이미 70대 중반에 들어선 가운데 2030년이 되면 베이비붐 세대 전체가 노인의 기준선인 65세를 넘어선다.
고령 노숙인들은 보험, 연금 혜택 등이 없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통상 사회보장 연금 액수가 더 적은 것도 이들의 주거 안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사회보장연금의 월평균 지급액은 1천658달러이지만, 고령 노숙자의 상당수는 근속 연수가 짧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었기 때문에 평균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중 자산이 거의 없거나 연금수당을 받을 만큼 충분한 기간 일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매월 841달러의 저소득층 생활보조금(SSI)을 주지만 이 돈만 갖고는 웬만한 지역에서는 월세를 얻기 어렵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