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주가 낙태 시술을 중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사실상 낙태 완전 금지법을 올 8월께 시행할 예정이라고 AP, 로이터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스팃 주지사가 이날 서명한 법안은 임신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시술한 의사를 최고 10년 징역형과 10만달러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성폭행 등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스팃 주지사는 “오클라호마에서는 생명을 선택하길 원한다”면서 “우리는 오클라호마에서 낙태가 허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주의회 회기가 끝나고 90일 뒤인 8월 말께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낙태연맹(NAF)는 성명을 통해 “이 법은 잔인하며 발효 시 오클라호마주와 인근 텍사스주 사람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 법안은 여성의 권리를 공격하는 우려스러운 흐름의 하나”라면서 “바이든 정부는 오클라호마와 전국의 여성들이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연방 의회에 전국적으로 낙태권을 통일하는 입법 조치를 해줄 것도 촉구했다.
오클라호마주의 이번 법이 시행되면 미국에서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지역이 더 늘어나게 된다.
앞서 오클라호마와 인접한 텍사스주는 지난해 9월 낙태 제한법을 시행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텍사스주에서는 임신 6주 이후부터는 낙태를 할 수 없으며 보수 성향의 다른 주들에서도 유사한 입법 동향을 보여왔다.
낙태가 금지된 텍사스에서 원정오는 여성들로 바쁜 오클라호마시티의 트러스트 우먼 클리닉에서 코디네이터가 낙태 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REUTERS/Evelyn Hockstein
아이다호주도 지난달 23일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테네시 주의회도 같은 달 22일 텍사스주와 유사한 법을 발의한 바 있다.
공화당이 이끄는 주에서 초강력 낙태 금지법이 잇따라 신속 처리된 것은 대법원이 조만간 낙태 관련 법안에 대해 우호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대부분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를 진행 중이며 6월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적인 일부 대법관들은 그동안 변론 과정에서 낙태 권리 대폭 제한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1973년 미국에서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확립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