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비율 무시하거나 현금으로 내기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인플레이션까지 닥치면서 팁 인심이 야박해지자 일부 한인식당들이 미리 정해진 비율의 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계산서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계산서의 대부분은 팁을 최저 18%부터 선택하도록 돼 있다. 물론 고객이 이를 무시하고 원하는 팁을 쓰거나 현금으로 주고 싶은 만큼의 팁을 둘 수 있지만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인 최모씨는 “음식값도 올라 외식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팁을 18%까지 낼 여력이 안된다”라며 “그래서 외식을 할때마다 현금을 챙겨가고 계산은 카드로 하고, 팁은 현금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애틀랜타 한인식당들이 사용하는 계산서. 대부분의 계산서가 최저 18%부터 선택하도록 발행되고 있다. [독자제공]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대부분의 한인 식당들에서 팁이 줄어들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둘루스의 한 한인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손님들은 회복됐지만 팁은 확실히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라며 “원래대로라면 팁은 대부분 15%이상이었는데 요즘은 10% 미만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본지가 지난 6~10일 미주중앙일보 웹사이트(koreadaily.com)를 통해 팁에 대한 설문조사(약 1300명 참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인 46%는 11~15% 팁을 준다고 답했다. 반면 16~20% 팁을 준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7월 34%에서 이번에는 29%로 줄었고, 21%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7%에서 5%로 감소했다.
이같이 손님들의 팁이 줄어들자 식당들도 자구책으로 정해진 비율의 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계산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식당의 팁은 종업원들 몫이다. 식당들은 구인난으로 직원 구하기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업소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7.9% 치솟은 데 이어 3월에는 8.5%를 기록했다.
하인혁 웨스턴캐롤라이나대 경제학 교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에서는 지난 3개월 간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이제는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라며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심리가 팁과 같은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박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