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액정 교체 등 일부 고장에 대해 사용자가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지만,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비용과 별반 다를바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이 이날부터 순정 부품을 판매하는 셀프수리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순정부품을 사서 고치는 비용과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는 비용이 거의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아이폰12 미니의 화면이다. 깨진 아이폰12 미니 화면을 직접 교체하는 경우, 애플 셀프수리 사이트에서 순정품 화면을 225.96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애플 서비스센터에선 229달러에 화면교체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생고생’을 해서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아낄 수 있는 돈이 3달러에 불과한 셈이다.
소비자는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장비 가격도 부담해야 한다. 아이폰의 나사못 하나의 가격은 19센트고, 수리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1주일간 빌리는 비용은 49달러다. 특히 애플은 셀프 수리 도중 문제가 생긴 제품에 대해선 전화 등을 통한 기술적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제품 수리에 엄격한 규정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셀프수리’ 제도를 애플이 도입한 건 연방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아이폰 등 일부 가전 업체들이 수리와 관련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고, 연방의회에도 이와 관련한 법안이 제출됐기 때문이다.
한편 애플은 미국에서 시작한 셀프수리 제도를 하반기에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실시할 방침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